
최근 주식시장에서 개인 주주들과 기관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 기업이 있다.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이 뜨거운 감자로 오르게 된 배경에는 최근 회사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만든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해 기계 부문 중간 지주사 성격의 법인을 설립하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100%)로 편입할 계획이었다.
다만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대 0.63으로 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산밥캣 주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그룹 내 영업이익이 우수한 ‘캐시카우’ 두산밥캣을 적자 기업 두산로보틱스 주식과 1대 0.63의 비율로 교환하는 것은 밥캣 주주권익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두산그룹의 이같은 합병안이 발표된 이후 6만원에 육박하던 두산밥캣 주가는 3만대로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주가가 40% 가량 급락했다.
‘합병안 완전 철퇴’를 주장하는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두산 측은 합병비율에 위법성이 없다며 이같은 요청을 거절했다. 합병비율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사 기준시가에 근거해 산정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갈등이 심각해지자 결국 금융당국이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두산그룹에 “시가 기준으로 비율을 산정했더라도 현행법상 일부 할증·할인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을 시 무제한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일갈했다.
금융당국의 으름장까지 더해지면서 두산그룹은 결국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철회했다. 그러나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간 합병은 기존 안대로 추진될 계획임이 알려지면서, 기업과 주주간 대립은 여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최근 두산그룹 소액주주들을 대신해 기업 측에 ‘합병안 일체 철퇴’와 ‘주주와의 소통 제고’ 등을 요구해오고 있는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를 만나 현안에 대해 물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무엇이 문제인가.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과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합병 사례에서 볼 수 있었던 모든 부정적 요소들을 다 합쳐놓은 ‘종합병원’ 같은 느낌이다. 통상 우리나라 지배주주들은 분할 합병을 하려고 할 때 지분이나 기업 평가 방법을 갖고 장난을 많이 친다. 자본시장법상 평가 방법을 선택할 때 시가나 공정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때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두산의 사례도 이같은 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합병안에서 가장 큰 반발이 일었던 포괄적 주식 교환,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은 사실 주주로부터 주식을 빼앗는 것이다. 결국 주식을 수탈하는 것이므로 굉장히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하고, 법률의 취지상 지주사 전환을 할 때만 사용돼야 한다. 그런데 두산의 경우 계열사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데 이를 사용하려 했다는 점이 문제다. 또 주주들에게 굉장히 민감한 사안인만큼 보통 공개 매수를 통해 주가를 많이 띄워놓은 상태에서 포괄적 주식 교환이 추진되는데, 두산은 이런 과정이 전혀 수반되지 않은 채 무작정 해버리겠다고 하니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급락해 버렸다.
두산과 개인 주주들간 소통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분할 합병을 하려고 할 때 기관 투자자들에게만 몰래 IR을 하고 개인 주주들한테는 최대한 설명을 덜 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총에서 기관 대비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을 악용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의 경우도 주총에서 85%의 찬성표를 받았다고 했지만, 사실 주총에 참석했던 투자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기관이었다. 두산 역시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합병안에 대해 정말 열심히 설명을 하면서, 개인 주주들에게는 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개인 주주들에게 정보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본인들에게 불리해지다 보니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
주주들의 반발이 이렇게 거센데 두산은 왜 합병을 하려는 것인가.
쉽게 말해 돈이 없어서다. 현재 두산 밥캣에 대한 지주사의 실질적 지분이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두산밥캣이 아무리 ‘알짜 기업’이라 할지라도 현금을 지주사로 조달할 방안이 없다. 그래서 지분율이 60%가 되는 두산로보틱스에 갖다 붙여 실질적 지분율을 높이려고 하는거다.
두산 밥캣을 얻게 되는 로보틱스 주주들은 상황이 좋아진 것 아닌가.
그 논리대로라면 두산 로보틱스의 주가가 크게 올랐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로보틱스 주주들 입장에는 지금 당장은 이익이 생기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들처럼 우리도 이용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 지배주주 자체가 주주를 위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게 주가로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두산그룹 주주 모두에게 피해를 끼친다.
최근 두산에서 재발표한 합병안 ‘플랜 B’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솔직히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 결국 두산에너빌리티가 밥캣을 빼앗기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 ‘포괄적 주식 교환’이라는 최악의 단계를 빼고는 모든 과정이 기존대로 진행된다. 특히 이전 포괄적 교환을 강행한다고 발표했을 때 두산이 주주들에게 제시했던 대안책이 ‘주식 매수 청구권’이었는데, 이제는 그조차 없어져 버렸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차후에 지배주주가 또 수탈을 할 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식 매수 청구권이라는 옵션조차 사라져 버린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 방안이 있다면?
이번 사건 이후로 국회에서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는 ‘두산 밥캣 방지법’이 바로 발의됐다. 이밖에 지배주주로 인한 횡포를 제어해야겠다는 취지의 ‘개미 투자자 보호법’ 입법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저희 액트 팀도 지금 해당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여기에 현행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 등 지금까지 계속 논의돼 온 방안들이 잘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만 돼도 우리나라 주식시장 상황은 기존보다 충분히 나아질 것이다.
‘두산 합병안 저지’ 관련 액트팀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되는가.
두산이 현재의 구조 개편안을 일체 중지하기 전까지는 주주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또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매수 청구권 행사 등을 요청드리고, 국내외 금융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두산의 개편안이 왜 잘못됐는지 논박하는 자료를 발송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총에 개인 주주들을 참석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48만명이나 되는 개인 주주들에게 이를 홍보하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하나쯤이야, 액트가 알아서 반대해주겠지 라고 생각하면 절대 성사될 수 없다. 최근 액트팀이 두산 에너빌리티로부터 주주 명부를 입수했으니 앞으로 계속 우편물을 발송할 예정이다.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닌 만큼 주주 분들이 계속 결집해주셨으면 한다.
두산 합병안을 반드시 부결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가.
솔직히 자신감이 넘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개인들에게 매우 불리한 싸움이다. 주총에서 찬성률이 66.6% 이하로 내려가야 저희가 이길 수 있다. 그럼에도 주주 분들이 저희 ‘액트’를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으로서 인정해 주시고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주주들이 두산의 합병안을 영원히 막겠다는 게 아니다. 기업이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거나 혹은 적어도 외국인이나 국민연금, 국내 금융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더라면 이런 합병안은 나오지 않았을 거고, 주주들이 반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기업과 주주의 소통 프로세스 자체가 무너져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두산이 이번 합병안을 본인들 뜻대로 관철시키게 되면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될 것 같다. 이건 정말 두산그룹을 위해 하는 말이다. 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기업과 주주간 투명한 소통일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