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중심가 클레멘티 역에 위치한 공공주택(HDB). 사진 = 싱가포르 주택개발청.
싱가포르 중심가 클레멘티 역에 위치한 공공주택(HDB). 사진 = 싱가포르 주택개발청.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에서 은행 대출을 둘러싸고 큰 혼란이 빚어졌다.

그간 아파트를 살 때나 분양받을 때 전세 세입자를 미리 구하고 그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을 더해 잔금을 납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이처럼 대출 실행 시점에 임대인으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새로 들어올 임차인(세입자)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분양계약서, 매매계약서를 체결하고 나면 이를 근거로 소유권 이전이 확실시 된다고 보고 세입자인 임차인에게 전세대출을 흔하게 해 줬지만, 부동산값을 잡기 위한 정부 압박이 커지자 시중은행들은 이같은 행위를 갭투자로 보고 대출 중단을 한 것이다. 내집 마련의 꿈을 품고 살아온 수분양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11월 27일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일을 앞두고도 유사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들이 잇따라 모기지보험(MCI, MCG) 가입을 중단하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수천만원씩 줄어들었고, 줄어든 대출로 인해 신용대출 등 급전을 구하기 위해 진땀을 빼는 입주예정자들도 늘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액을 제외하고 대출을 실행하는 이른바 '방공제', '방빼기'의 면제 방법으로 그간 모기지보험은 흔하게 이용됐지만 정부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모기지보험 대출 중단 조치에 나섰다. 잔금 마련에 있어 이를 생각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됐다. 

8월 중순경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횟수가 20여차례 이상인데 이후로도 금리를 올린데다 기존 주택소유자들이 수도권에 집을 살 때 대출을 해주지 않는 초강수 대책마저 나왔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는 예정된 규제라는 점에서 이를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정책모기지론 대출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등 극단적 조치들도 집값을 잡기 위한 예비적 카드로 거론된다. 

급기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일부는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필요성마저 언급했다. 물가는 어느정도 안정됐다는 평가인데도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지자 일부 금통위원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하루 이틀도 아닌 관치금융 비난이 유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쏟아진다. 공평한 비난은 아닌 듯 하다.

우리나라에 담보인정비율(LTV)이 처음 도입된 이후 2006년대 중반 수년간 집값이 폭등하자 강남 등 이른바 '버블세븐' 잡겠다고 과거 정부 때도 그 당시 수준치고는 엄청난 금융 규제를 쏟아냈다. 그런데 정작 집값을 잡은건 쏟아낸 금융 규제가 아닌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국민들은 정작 내집 마련 걱정은 안한다. 한국식 반값 아파트 모델로 거론된 싱가포르 공공주택 HDB(Housing & Development Board)가 한국에 적용이 가능하니 불가능하니 논란이 많지만, 중요한건 싱가포르에선 21세 이상 기혼 혹은 35세 미혼의 국민이라면 공공주택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점이다.

물론 토지 소유는 정부이지만, 공공주택이라고 해서 민간주택인 콘도미니엄에 비해 품질이 조악하지도  않다. 오히려 지하철(MRT)과 연결된 초역세권에 둠으로써 입지적으로는 민간주택이 따라갈 수 없다는 평가다. 

물론 정부가 확보할 수 있는 땅이 제한적인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식 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집값 잡기 위한 강력한 금융정책 역시 국민을 위해서라는 점은 바뀔 수 없는 전제다.

집값 잡기에 번번히 실패한 금융정책이 이번만큼은 성공할 것이란 보장이 있나? 우리나라는 청년이 집값 걱정 안하고 살 수 있는 국가가 될 수는 없는 건가?

금융규제 강화할 시간에 뉴스테이든, 뉴빌리지든 어떻게 해서든지 공급 늘리는 강력한 정책을 더 마련해야 한다. 설령 완벽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그게 더 정답에 가깝다는 점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