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은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정유사들은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 대전환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정유사 ‘빅4’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기존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출처=GS칼텍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출처=GS칼텍스

GS칼텍스는 바이오·수소·CCU·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탄소저감 신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신사업 발굴을 통해 자원효율화 및 탄소저감 순환경제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와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협약을 통해 기존 주유소를 개조하고 주유·정비·세차 등 기존 서비스를 넘어 ▲전기차 충전 ▲전기차 경정비 ▲차량 공유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첫 블렌딩 바이오 선박유를 수출하며 친환경 사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바이오 선박유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선박유보다 65% 이상 탄소배출 감소 효과가 있는 친환경 선박유로 꼽힌다.

또 정부와 대산항 청정복합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진행, 국내 최초로 항만 구역에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에너지를 생산·보관·유통하는 복합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도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 ‘에너지 공룡’ 기업의 탄생을 예고한 바 있다. 합병을 통해 양사가 추진한 에너지·환경 사업에 대한 지분을 확장하고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의 친환경을 향한 ‘진심’

지난 3월 울산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이 열렸다.
지난 3월 울산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이 열렸다.

정유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쓰오일(S-OIL)이다.

에쓰오일은 연료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을 확대,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이 저탄소 친환경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목적은 정부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대비한 ‘ESG 경영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오는 2026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1단계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을 포함하면 총 투자비는 14조원에 이른다.

프로젝트 핵심 설비는 ‘스팀 크래커’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샤힌 프로젝트에는 원유를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전환하는 사우디 아람코의 TC2C 기술이 최초로 상용화된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 및 운영효율성을 제고, 원가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탄소 배출 감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친환경 및 탈탄소 연구 수행을 위한 TS&D 기술개발 센터도 건립, 연구 시너지를 위해 모기업 아람코 연구개발센터와 협력하고 있다. 또 저탄소 친환경 바이오 연료 및 순환제품 생산 등 신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자연복원법이 시행되는 등, 자연보존을 향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에쓰오일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0년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와 협약을 통해 ‘천연 기념물 어름치 보호 캠페인’을 전개, 15년째 종의 보존과 복원을 후원해오고 있다.

에쓰오일 측은 “에쓰오일은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을 실행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저탄소 솔루션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SAF 로드맵’…“지원 필요하다”

100% 지속가능 항공유(SAF)를 사용한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 항공기가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100% 지속가능 항공유(SAF)를 사용한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 항공기가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정부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이 지난 7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지속가능항공유(SAF)와 관련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석유사업법은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친환경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도 포함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30일 SAF 확대 전략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유사들도 SAF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SAF가 기존 항공유 대비 생산 단가가 높은 데다, 공급망 투자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석유업계와 소통하며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활성화에 필요한 법·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할 계획”이라며 “세액공제, 기술개발 등 민간의 투자 촉진과 산업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지원정책도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