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번져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 또한 ESG 경영의 ‘내재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ESG 경영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수익 구조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본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가치소비’가 늘어나며 ESG 경영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ESG 요구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기업들은 전동화 기반 ESG 경영을 강조,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또한 매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경영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2024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점차 높아지는 외부의 ESG 경영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동화, 수소 등 차별화된 기술력에 기반한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을 통해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 전 과정에서의 친환경 강조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 이상으로 상향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을 올해 키워드로 선정, ESG 경영 강화에 나섰다. 

사진=현대차 2024 지속가능성보고서
사진=현대차 2024 지속가능성보고서

지난 2022년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한 현대차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부품 조달에서 시작해 생산과 운행 과정 등 모든 단계에 걸쳐 탄소배출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7월 발간한 현대차의 ‘2024년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2년 체코에 이어 2023년 인도네시아까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RE100 달성 사업장을 늘려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코나 일렉트릭 등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아세안(ASEAN) 지역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는 RE100 달성 외에도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인도네시아 신수도 인근 사마린다 공항에서 지상과 항공을 통합한 모빌리티 기술 실증 공개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기술 실증은 현대차그룹의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인 ‘셔클’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서비스를 실제 고객의 이용 환경에 맞게 개발하고 향후 한층 고도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자동차 제작 과정에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연합(EU)는 기존 폐차 규제를 개정해 오는 2030년부터 신차의 재활용 플라스틱 적용 비율을 25%로 의무화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25%는 폐차에 기반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해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하는 차량들에 재활용 및 천연 소재 적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아이오닉5N의 경우 타이어에서 추출한 원료가 사용된 재활용 페인트는 물론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활용한 알칸타라를 적용했다. 아이오닉5는 문과 크래시패드에 유채꽃과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페인트를 사용, 팔걸이와 의자 커버는 재활용 PET 원사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LC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전자종이 비콘 출입증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전자종이 비콘 출입증은 LCD 디스플레이에 전자잉크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인적정보를 수정 및 변경할 수 있어 반영구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방면에서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기울이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견고한 판매 실적을 위해 관련 R&D 비용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공급 위해 ‘협력사’ 지원 강화

환경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협력사와의 관계 형성 및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공급망이 관건인 자동차 산업 특성에 따라 협력사와의 지속 가능성 및 안전 보건 관리를 강화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외 1차 협력사 1454곳들을 대상으로 ESG 평가는 물론 지속 가능한 공급을 통해 ‘협력사 지속 경영 안전 추친팀’을 신설했다.

현대차는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대차는 매년 설과 추석 명절 전에 협력사들에게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있다. 올해 설 명절에는 2조1447억원의 대금을 조기 지급, 6000여개 협력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지원했다.

그 밖에도 그룹 단위에서 2022년부터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5조2000억 규모의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의 자금 유동성을 돕기 위해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돕는 대출 이자 지원 펀드도 조성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0년대 들어서 ESG 경영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이해될 수 있는 기업 성과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이어 “환경 부문이 시장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기업들 또한 RE100, 탄소중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ESG 부문에서 투명한 운영은 곧 투자와 수익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보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