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사이트 캡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사이트 캡처

첨단 산업 간 인력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비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해외 사업 장소에서 직접 인재를 뽑는 '글로컬'로 난제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첨단 산업 간 인력 경쟁 격화

9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따르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으나, 우수 인력을 유입하려는 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업계는 중국 업체를 따돌리고 전세계 시장 1위를 탈환하기 위해 OLED 전환 가속화, 마이크로LED 등 미래원천기술 확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LCD 시장을 장악함에 따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47.9%(2023년 기준)까지 장악했으며, 애플이 새 아이패드에 OLED를 탑재함에 따라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2022년 대비 2023년 디스플레이 산업기술인력은 패널·모듈 분야가 21%, 연구개발직이 25%, 학사 이상급 인력이 26% 증가했다. 특히 디스플레이산업은 연구개발인력이 전체의 33.3% 차지하며, 기업의 규모에 상관 없이 연구개발이 중요한 산업임이 확인됐다. 

그러나 OLED로 사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디스플레이 인력난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2023년 디스플레이산업인력 수급실태조사’를 보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부족인원은 총 937명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부족률은 1.53%로 2022년 1.41%보다 소폭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30인 이하의 중소기업 부족률이 4.16%로 전년 2.1%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여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화됐다. 

협회는 이러한 요인으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간 인력 쟁탈 경쟁을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관련 전공자들이 디스플레이 보다는 타 직종(반도체,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특히 석·박사 고급 인력의 지원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 중이다. 

첨단산업으로 분류되는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학과는 최근 3년간 증가세에 있으나, 디스플레이 관련 학과는 미미했다. 모집정원 경우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다. 

실제 반도체 학과는 2021년 69개에서 2023년 143개로 늘어나고, 정원은 1769명에서 2481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디스플레이 학과는 31개에서 37개로 소폭 늘어났으나, 정원은 639명에서 250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이 반도체에 집중돼 유사 학문을 교육하는 디스플레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없으면 현지에서 직접 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팜민찐 베트남 총리. 사진=베트남 관보 VGP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팜민찐 베트남 총리. 사진=베트남 관보 VGP

이에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해외 우수 인재와 해외에 진출한 한국 사업장을 연계하는 ‘글로컬(Glocal)’ 매칭을 통해 인력난을 극복할 방침이다. 

현재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접근성 향상 및 공급망 다변화,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베트남, 중국, 인도 등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신생산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투자 중인 8.6세대 IT용 OLED 라인과 연계해 베트남에 노트북 패널 모듈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2022년 폴더블 패널 전용 라인을 베트남에 추가 투자한 바 있다. 

지난 7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베트남-삼성전자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베트남을 글로벌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모듈 생산기지로 격상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며 “베트남의 성공은 삼성의 성공이고, 베트남의 발전을 삼성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에 향후 3년간 집중 투자가 이뤄짐에 따라 많은 수의 베트남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는 앞서 5월에 베트남 하노이대학교 방문을 통해 현지 진출 기업의 인력 수급 문제를 확인하고, 현지와의 교류를 통한 인력난 해소 지원 정책의 하나로 오는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현지 우수 인력과 기업을 연계하는 매칭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번 채용박람회에서는 하노이 국립공과대, 주한 베트남 유학생총학생회(VSAK)와 협력하여 양질의 베트남 인력이 업계에 매칭될 수 있도록 하고, 이 외에도 전국 66개 대학의 유학생을 초청해 우수한 해외 인재 참여를 독려하고 업계에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협회는 “부족 인력을 유연하게 수급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잡매칭 플랫폼’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현지 적응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매칭하는 한편, 관련한 기업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인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