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 및 물량공세에 한국 기업 생태계가 휘청이고 있다. 전 세계에 디스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는 중국의 '인해전술'에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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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의 저가 물량공세
중국산 저가상품의 물량공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일 발표한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현지 완제품 재고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소위 밀어내기식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수출하는 디플레이션이 인접 수출국인 한국에 몰려오며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고, “현재까지는 영향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기업도 42.1%에 달했다. 

한국 수출 전선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중국의 파상공세로 수출기업의 37.6%가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같은 응답을 선택한 내수기업의 응답비중(24.7%)을 크게 앞섰다. ‘향후 피해 영향이 적거나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내수기업(32.5%)이 수출기업(22.6%)보다 높게 집계돼 내수기업이 받은 영향이 수출기업보다 제한적이었다.

특히 전기차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저가공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업종별로‘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을 살펴보면 이차전지(61.5%) 업종의 비중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화학 제조회사 A사는 최근 2~3년 전부터 중국 경쟁기업들이 단가를 크게 낮추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A사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당사제품의 70%에 불과해 최소 마진율 수준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원유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데,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의 핵심부품을 생산해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B사도 “우리 회사는 관세, 품질·안전성 문제 때문에 중국산 원자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값싼 중국산 원자재를 들여서 가격을 내리고 당사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며, “가격인하를 위해 중국산 원자재를 쓰면 미국시장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전기장비(32.3%) 등도 전업종 평균(27.6%)보다 높은 비중을 보여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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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공세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피해는 ‘판매단가 하락’과 ‘내수시장 거래 감소’가 가장 많았다. ‘이미 실적에 영향 있다’와 ‘향후 피해가능성 있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 52.4%의 기업이 ‘판매단가 하락’을 꼽아 절반이 넘었고, ‘내수시장 거래 감소’를 지목한 기업도 46.2%로 적지 않았다.

이밖에도 ‘해외 수출시장 판매 감소’(23.2%), ‘중국시장으로의 수출 감소’(13.7%), ‘실적부진으로 사업 축소 및 중단’(10.1%)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기업이 해외수입품에 대해 신청한 반덤핑 제소 건수가 통상 연간 5~8건인데 비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신청됐다”며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기조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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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공습도 '경계령'
중국의 저가 및 물량공세는 제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 산업에서도 경계령이 내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 및 테무 등 C-커머스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중국 디스플레이션 수출의 최전선에서 한국을 노리는 중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이 6일 서울 여의도 루나미엘레 파크뷰홀에서 '중국 유통플랫폼 급성장에 따른 국내 중소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가운데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는 "국내 온라인 유통 월간 사용자수에서 지난해만 해도 4위였던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5월 기준 830만명으로 2위를 기록했으며, '테무'는 2024년 5월 기준 4위를 기록했다"면서 "한국 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벌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C-커머스의 입지가 강해지며 소비자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실제로 노경호 대림대학교 교수는 "테무와 알리는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이 이뤄지는 방식이라 유해성 검사 없이 수입되고 있다"면서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저가상품 물량공세 기반은 역시 '질 낮은 상품'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소비자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진=협회 제공
사진=협회 제공

중국의 저가상품 물량공세의 선봉인 C-커머스가 영역을 넓힐수록 한국의 민감한 데이터 유출이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내년 3월 전 분야에서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개인정보를 상품화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중국은 개인정보는 유출되고 나면 개인 차원에서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유통 분야에 마이데이터를 적용하는 부분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