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로 국내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내 재고물량이 다시 증가세를 보여 현재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6일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자료를 발표하고 중국기업들이 저가공세에 나서는 주된 원인인 중국내 완제품 재고율이 올해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 중국 내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완제품 재고가 늘어나면 현재와 같은 ‘밀어내기 식’ 저가공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완제품 재고율 추이.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중국 완제품 재고율 추이.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 기간 소비 및 부동산 경기의 역대급 침체로 인해 2020년 10월 6.94%에서 2022년 4월 20.11%로 급상승했다. 이후 중국기업들은 과잉생산 된 재고를 해외에 저가로 수출하며 처분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재고율은 2023년 11월 1.6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이 좀처럼 경기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근 완제품 재고는 2024년 6월 4.67%로 다시 쌓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는 이미 국내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고, 42.1%는 “현재까지는 영향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제품의 저가 수풀에 따른 경영 실적의 영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중국 제품의 저가 수풀에 따른 경영 실적의 영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중국기업의 저가공세에 따른 피해는 국내 내수시장보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수출기업의 37.6%가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같은 응답을 선택한 내수기업의 응답비중(24.7%)을 크게 앞섰다.

업종별로도 명암이 엇갈렸다. 특히 전기차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저가공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업종별로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을 살펴보면 이차전지(61.5%) 업종의 비중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전기장비(32.3%) 등도 전업종 평균(27.6%)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에 반해, 자동차(22.3%), 의료정밀(21.4%), 제약·바이오(18.2%), 비금속광물(16.5%), 식음료(10.7%) 등은 저가공세의 피해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 영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업종별 영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저가공세로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피해는 ‘판매단가 하락’과 ‘내수시장 거래 감소’가 가장 많았다.

‘이미 실적에 영향 있다’와 ‘향후 피해가능성 있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 52.4%의 기업이 ‘판매단가 하락’을 꼽아 절반이 넘었고, ‘내수시장 거래 감소’를 지목한 기업도 46.2%로 적지 않았다. 이밖에도 ‘해외 수출시장 판매 감소’(23.2%), ‘중국시장으로의 수출 감소’(13.7%), ‘실적부진으로 사업 축소 및 중단’(10.1%)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중국의 추가적인 저가·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여부에 대해서는 기업 46.9%가 ‘고부가 제품 개발 등 품질향상’을 꼽았다.  이어 ‘제품 다변화 등 시장저변 확대’(32.4%), ‘신규 수출시장 개척 및 공략’(25.1%), ‘인건비 등 비용절감’(21.0%), ‘현지생산 등 가격경쟁력 확보’(16.1%) 등을 차례로 답했다. ‘대응전략이 없다’는 기업은 14.2% 였다.

한편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과 품질을 통해 저가공세에 대비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술추격이 가속화되면서 수년 내에 기술력도 추월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최근 5년간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력 및 품질경쟁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계속 우위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6.2%에 그쳤고, ‘우위에 있으나 기술격차가 축소됐다’는 응답이 47.3%로 2배 가까이 많았다. ‘비슷한 수준까지 추격당했다’고 응답한 기업도 22.5%로 적지 않았고, 이미 ‘중국기업에 추월당했다’(3.0%)는 응답도 있었다.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들도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기업들에게 향후 중국기업의 추월시점 전망을 물어본 결과, ‘4~5년 이내’라고 응답한 기업이 39.5%로 가장 많았고, ‘2~3년 이내’를 꼽은 기업이 28.7%로 그 뒤를 이었다. ‘1년 이내’라고 응답한 기업까지 합하면 응답기업의 73.3%가 “5년 이내에 중국기업이 기술력에서도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공세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정책으로 ‘국내산업 보호조치 강구’(37.4%)를 꼽았다. 이어 ‘연구개발(R&D) 지원 확대’(25.1%), ‘신규시장 개척 지원’(15.9%), ‘무역금융 지원 확대’(12.5%), ‘FTA 활용 지원’(6.3%) 등이 뒤를 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기업이 해외수입품에 대해 신청한 반덤핑 제소 건수가 통상 연간 5~8건인데 비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신청됐다”며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기조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