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 제약·바이오사가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이하 지정타)에 사옥을 짓고 있다. JW중외제약과 경동제약은 이미 지정타에 자리잡았고 안국약품도 최근 지정타로 이동했다. 통합 사옥을 세워 업무 효율을 올리거나 본사 건물을 팔아 자금을 수혈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 1083여명의 직원들이 있는 광동제약은 10월 7일까지 지정타에 건물을 짓고 이후 본사를 이곳으로 옮긴다. 광동제약은 1963년 설립 후 1975년 본사를 옮긴 뒤 2002년 소재지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변경됐다. 이후 2007년부터 서초구 서초동에서 17년 동안 자리해 있다. 이듬해에는 회사의 연구소를 구로디지털밸리에 세웠다. 이처럼 뿔뿔이 흩어져 일을 하다 보니 동선상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지정타에 ‘통합 사옥’을 세울 필요가 커졌다.
지난 4월에는 안국약품이 본사를 지정타로 이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창업한 이후 65년 만에 과천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4개월 만인 이달 1일에는 본사에서 연구개발(R&D) 센터의 개소식을 열기도 했다. 영등포의 기업부설 연구소와 구로의 중앙연구소를 과천 R&D 센터로 통합하는 형태다. 김민수 연구본부장은 “부설연구소 설립 30년이 되는 올해에 최상의 연구 환경을 갖춘 R&D 센터를 개소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JW그룹도 지난해 6월 서초구에 있던 사옥을 지정타로 옮겼다. 그러면서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 수원∙성남 등에 흩어졌던 인력을 한 곳에 모았다. 본사는 기존에 서초사옥이 쓰던 연면적의 두 배 규모로 조성됐다.
반면 본사 건물에 땅까지 다른 회사에 팔고 업무 공간을 대폭 축소한 업체들도 있다. 일례로 뉴지랩파마는 연면적 3682㎡(약 1114평)의 사옥과 1332㎡(403평) 규모 땅을 팔고, 작년 12월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는 지식산업센터 내 1개 호실로 이전했다. 회사의 사옥과 땅을 매각해 작은 사무실로 옮긴 이유는 ‘경영환경 개선’ 때문이다.
회사는 이사간지 5개월이 지난 올해 4월에서야 이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본사 주소 이전은 즉각 거래소에 신고해야 하는 사항이다. 이를 어기면 한국거래소에서 벌점을 받는다. 벌점이 쌓인 이 업체는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코스닥 상장폐지가 결정될 예정이다.
리메드는 경기 판교의 본사 사옥과 땅을 한국경영아카데미에 팔기 위한 계약을 올 1월 맺었다.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후 대전의 지식산업센터 내 사무실로 회사 주소를 이전했다. 땅에 대한 매각 절차(잔금 청산)는 오는 29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본사 사옥과 땅을 팔고 다른 건물에 입주해 있다. 지난해 삼성동 사옥에서 부동산 임대로 번 돈이 총 매출의 16%를 차지했다.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부동산을 매각해 번 돈은 전환사채(CB∙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는 채권) 조기상환 등에 쓰였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사들이 집적 효과를 보기 위해 본사를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본사 축소 이전과 올해 초까지 이어진 희망 퇴직 등 고강도 쇄신의 측면이 크다”며 “지금껏 해온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