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 중 북미 판매량이 견고한 현대차·기아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국내 자동차 시장은 ‘찬바람’
22일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음에도 여전히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 예측 사이트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64%, 바이든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은 27%였다.
국내 자동차 업계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자동차 지수는 전월 대비 10.28% 하락하며 큰 변동폭을 보였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35% 떨어진 25만5000원, 기아 주가는 0.34% 하락한 11만5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흔들리는 이유는 그가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 입각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꾸준히 예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를 폐기하겠다”며 “이를 통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막고 미국 고객들에게 자동차 한 대당 수천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 신차 판매 5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IRA를 폐지하거나, 전기차 세제 혜택을 20만대로 제한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IRA 폐지 법안이 당장 통과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만약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미국 전기차 시장 축소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자국 우선주의 강조하는 트럼프…현대차그룹 “계획대로”

IRA가 폐지 또는 축소된다면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영향권에 든다. 산업통상자원부 ‘2024년 상반기 자동차 수출 동향’에 따르면 유럽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북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급증한 217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실적을 견인했다.
전기차 수출 점유율도 나란히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미국 대선에 따른 한국 자동차 산업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자동차 기업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8%로 늘어났다. 전기차의 미국 의존도 또한 35%로, 2019~2023년 연평균 전기차 수출 증가율은 56.2%에 달했다.
IRA 폐기와 함께 거론되는 트럼프의 대표 정책은 관세 확대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전면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 중국산 수입품에는 6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실현됐을 때 직접적인 영향권에 드는 기업으론 한국GM이 꼽힌다. 현재 한국GM은 생산 물량 가운데 약 90%를 미국에 수출, 내수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 호조로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국내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IRA 법안 발효 후 주요 (자동차) 업체의 대미 전동화 투자 계획이 확대되고 시기도 앞당겨졌으나,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전동화 추진 계획을 유보하거나 축소 및 철회하는 기업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모터스)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스는 미국 미시간주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을 최근 일시 중단했다. 전기차 캐즘과 동시에 불확실해지고 있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기아 또한 트럼프의 반(反) 친환경차 공략 영향권에 들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선전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81만7804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5만5702대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대비해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현대차·기아는 계획 수정 없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짓고 있는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렌트아메리카(HMGMA) 가동시기를 2025년에서 2024년 4분기로 앞당겼다. 동시에 하이브리드 생산라인을 추가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혼류 생산, 유동적으로 대응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에겐 미국 3공장(HMGMA)과 하이브리드라는 대응책이 있어 (트럼프가 집권을 시작했던) 8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수입 관세 부과 시 공장을 조기 가동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 비중은 2027년 60%로 증가, 미국 1위 판매 업체인 GM의 생산 비중과 비슷해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