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미중 패권전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미국 우선주의'가 더 강해지며 유럽과의 관계도 삐걱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노믹스에 담긴 글로벌 정책 기조를 살펴보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중 관세전쟁 재연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만약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할 경우 모든 수입품에 10%, 대중국 수입상품에는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밝혔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으로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10%보다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으며 중국에 대해서는 "60%에서 100%까지 관세를 매길 것"이라 말했다.

올해 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고정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겠다는 대중 강경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여전히 대중 관세전쟁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난 중국을 매우 존경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매우 존경한다. 그는 힘 센 남자지만 나는 그를 매우 좋아한다"면서도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의지는 꺾지 않았다. 더불어 외국에서 미국 제품을 충분히 사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 방식이자 '미국이 불필요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의식이 엿보인다. 

그가 집권할 경우 미중 패권전쟁의 '트리거'였던 관세전쟁이 재차 벌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대로 대중국 무역관세가 최대 100%로 책정될 경우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이 일부 상품을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는 한편 보복관세는 부과하지 않고 제3국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세워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 포인트 깎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BS 왕 타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입는 GDP 성장률 저하의 절반은 수출 감소, 나머지는 소비와 투자에서 비롯될 것"이라 말했다.

위안화와 달러. 사진=연합뉴스
위안화와 달러. 사진=연합뉴스

유럽과의 관계도 악화일로? 대외정책도 변화있을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유럽연합도 비판했다.

그는 "그들(유럽연합)은 우리를 폭력적으로 대우한다"면서 "그들은 우리 자동차를 수입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의 차 수백만 대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역시 불평등한 관계로 인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연합은 우려하고 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야리 스텐, 제임스 모벌리 등 경제학자들은 지난 12일 "트럼프의 재선은 유로존에 대한 건설적인 성장 예측에 상당한 하방 압력이 될 것"이라며 "무역 정책 불확실성과 국방·안보에 대한 압박 증가, 미국 국내 세금 관련 정책 후폭풍 등으로 유럽은 인플레이션이 0.1%p 오르고, 결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1%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 경고했다.

아메리칸페트롤륨인스티튜트의 마이크 소머스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무역 정책”이라며 “이는 우리가 트럼프 1기 행정부에 가졌던 우려와 같은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수입품에 대한 일괄적 관세를 부과하겠다 주장한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유럽연합도 이에 반발해 보복관세폭탄을 던지는 등 험악하게 싸운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유럽연합과의 충돌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J.D. 밴스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J.D. 밴스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런닝메이트로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목되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특히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복수의 유럽 외교관들은 밴스 의원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600억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안 통과를 막은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력히 피력한 가운데 이를 신봉하는 밴스 의원이 부통령 후보가 되며, 유럽연합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시절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무역협정을 재협상했다면서 “관세는 경제적으로 좋고 협상에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만이 중국의 공격을 당할 경우 보호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방위비 분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중동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안보에는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완세자가 이끌고 있는 사우디는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의 골이 깊다. 언론인 카슈끄지 사태를 기점으로 완전히 갈라졌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던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완세자를 만나 주먹인사까지 하며 유가인하를 요청했으나 사우디는 오히려 국제유가를 인상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바보'라 부르며 “지난 3년 반 동안 중국이 러시아, 이란, 북한과 동조했다" 말하기도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