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성수동에 쉬인 팝업 ‘스타일 인 쉬인’에 판매 중인 블라우스와 모델 김유정씨가 착용한 상품은 같은 종류이나 다른 느낌을 준다. 사진=이하영
9일 서울 성수동에 쉬인 팝업 ‘스타일 인 쉬인’에 판매 중인 블라우스와 모델 김유정씨가 착용한 상품은 같은 종류이나 다른 느낌을 준다. 사진=이하영

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SHEIN(쉬인)이 공격적인 국내 진출을 노리고 팝업스토어(팝업)를 열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평가다. 미숙한 준비와 저품질 의류 공개로 국내 소비자가 벌써부터 ‘거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쉬인은 지난 8일 서울 성수동에 국내 첫 팝업 ‘스타일 인 쉬인’을 열었다. 이번 팝업은 오는 14일까지 진행된다. 1~2층까지 진행되는 팝업은 1~2만원대 저렴한 의류를 중심으로 1020세대를 겨냥한 패스트 패션이 중심이다.

팝업에는 쉬인의 자체 브랜드(PB) ‘데이지’ 전시 코너도 크게 자리했다. 데이지는 배우 김유정씨가 모델로 참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화면에서 보던 의상과 실제 상품 차이는 상당했다. 김유정씨가 모델로 입었던 옷은 세련된 모습으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의류 반응은 달랐다. 

특히 블라우스 등 고가가 많은 쉬폰 제품은 화면보다 조악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데이지 상품 전시관에 프린트된 김유정씨가 입은 흰색 어깨끈을 두른 검은색 블라우스는 모델컷과 달리 전시 상품은 안쪽 마감이 엉성해 보인다. 팝업 대표 사진에서 김유정씨가 착용한 분홍색 자켓도 화면과 달리 상품은 조악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데군데 실밥이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올이 풀릴 듯한 상품도 곧잘 눈에 띄었다.

사정이 이렇자 “김유정이니까, 예뻐 보이는 것”이라며 모델 효과가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델에 가려 조악한 의류 품질을 소비자들이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서울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감히 한국에서 저품질 상품을 오프라인에 내놓다니 간이 크다”고 비판했다.

쉬인이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 ‘스타일 인 쉬인’에는 내국인 보다 외국인 비율이 높았다. 사진=이하영
쉬인이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 ‘스타일 인 쉬인’에는 내국인 보다 외국인 비율이 높았다. 사진=이하영

실제 팝업 내부는 썰렁했다. 성수 일대 거리에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사람이 북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오후 2시 30분경 팝업 2층에는 외국인 손님 6~7명에 내국인 손님 2~3명, 계산대 직원 1명을 포함해 3명의 직원이 있었다. 피팅룸이 있는 2층임에도 유동인구가 20명도 되지 않은 것이다. 의류 자체도 서구권에서 선호할 만한 노출이 심한 여성 의류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번 팝업으로 쉬인의 국내 진출은 암초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각보다 상품 질이 좋지 않아 시작도 전에 고개를 돌리는 고객들이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폴로 랄프로렌, 키르시 등 유명 해외 브랜드를 카피한 상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상표권 침해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쉬인 팝업이 매출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쉬인 관계자는 이번 팝업과 관련해 “한국 패션의 성지 중 하나인 성수동에서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열게 되어 영광이다. 이번 행사는 이미 쉬인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한국 고객들에게 쉬인의 매력을 소개하고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우리의 목표는 항상 고객들을 잘 이해하여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패션의 아름다움을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쉬인은 극단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다양한 디자인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선보인 후 인기 상품 중심으로 생산을 늘리는 방법을 차용해 획기적인 재고관리로 이익률도 높였다. 쉬인의 기업가치는 2021년 약 300억달러, 지난해 약 600억달러였으며 기업공개(IPO)를 위한 목표치는 900억달러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