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파장은 컸다. 심지어 지난해 유통 1위도 쿠팡에 내줬다. 신사업 성장도 신통치 않다. 설상가상 투자로 끌어 쓴 조단위 자금의 이자를 갚는 한편 적자사업인 이커머스 부문의 성장도 이끌어야 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사면초가 이마트가 올 1분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할인율을 높이고 물류 외주화, 구매 일원화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 중심이다. 지난달 15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 정용진의 이마트를 톺아본다.
이마트는 1993년 11월 12일 ‘국내 최초 할인점’ 타이틀로 첫발을 뗐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자리 잡은 ‘창동점’이 문을 열기까지 이마트의 시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도전의 연속이었다. 미국 월마트를 벤치마킹해 만든 한국에 없던 사업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상시 초저가 개념을 모르던 시절, 할인 매장의 개념을 납품업체에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첫발을 떼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개장 첫날 매출만 1억원을 넘긴 것이다. 이마트 그해 매출은 약 450억원을 기록했다.
잘 나가던 이마트, 과잉 투자로 ‘휘청’
승승장구하던 이마트 전성기는 2010년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막아섰다. ▲2010년 전통상업보존구역에 대형마트, SSM 신규 출점 제한 ▲2011년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범위 확대(기존 500m에서 1km로) ▲2012년 영업시간 제한(0~8시), 의무휴업(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 도입 ▲2013년 영업시간 제한 연장(0~10시), 의무휴업일자 명시(매월 2회)/ 대규모, 준대규모점포 영업개시 30일 전까지 개설계획 예고의무 ▲2015년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조항 유효기간 연장(~2020년) ▲2016년 대규모, 준대규모점포 개설예고 영업개시 60일 전까지로 강화 ▲2018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등이다. 8년간 거의 매해 규제가 강화된 셈이다.
규제 일변도 정책에 이마트 실적도 주춤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7000억원대를 기록하던 영업이익이 2014~2017년에는 5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마트 매출액이 2012년 12조6850억원에서 2017년 15조8767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이 팔고도 이전만큼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2019년 이후 이커머스 중심으로 진행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재무상황은 보다 위축된다. 이마트는 ▲SSG닷컴 1조원 ▲G마켓 3조6000억원 ▲W컨셉 2616억원 ▲SCK컴퍼니(스타벅스) 지분 4860억원 등을 인수한다. 여기에 2021년 SK와이번스로부터 사들인 신세계야구단(1350억원)도 재무 부담을 더했다. 실제 이마트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단 5년간 투자활동으로인한현금흐름이 6조5081억원으로 급증한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한해 이자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이자비용은 1646억→2136억→3175억→4177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올해 1분기에도 이미 1196억원의 이자비용 발생했을 정도다. 과도한 이자부담으로 영업이익도 2018년 4000억원대에서 2022년 1000억원대로 급전직하했다. 인수 기업 대부분이 비용은 상당했으나 현금 창출 능력은 낮았던 영향이다. 지난해 창사 최초 적자 이유로 이마트 ‘집중 투자’가 지목되는 이유다.
본업 충실 월마트, 2023년 미국 매출 1위

이마트 실적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월마트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021~2023년 월마트 매출액은 5591억→5727억→6112억달러 등으로 꾸준히 상승세다. 동기간 영업이익도 225억→284억→245억달러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도 매출액 6481억달러, 영업이익 270억달러로 실적 전망이 밝다. 미국 시장정보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월마트 매출액은 상장기업 1위를 기록했다.
월마트의 성공은 철저한 고객 중심 변화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미국 50개주 지역을 대상으로 1만8000곳 이상의 배송 지점을 제공하는 ‘고로컬(GoLocal)’ 서비스가 꼽힌다. 고로컬은 상인들이 월마트 플랫폼을 이용해 고객에 주문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 덕분에 며칠 걸릴 배송이 당일이나 익일, 빠르면 2~3시간 안에 가능해졌다. 편리한 배송에 연동해 매출도 상승했다는 평가다.
신선식품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월마트가 고안한 고객 편의 시스템 중 하나다. 땅덩이가 넓은 미국은 자동차를 이용한 출퇴근이 일반적이다. 이에 착안해 고객이 이커머스로 신선식품을 쇼핑하고 지정한 매장에 들리면 직원들이 자동차에 상품을 실어주는 식이다. 옴니채널(온·오프라인 결합)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시스템이다. 온라인에 4억개 이상의 상품을 갖춘 것도 월마트의 장점 중 하나다.
본업 경쟁력 강화, 달라진 이마트

이마트도 올해 부쩍 달라진 모습 보이고 있다. 우선 조직 슬림화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이마트는 15년 근속자에 창사 최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유통업계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3달여 뒤인 지난 6월 초에는 G마켓 익일보장 서비스와 SSG닷컴 물류 일부를 CJ대한통운에 넘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이마트가 밝힌 이유는 SSG닷컴 물류 시스템 고도화였다. 이를 위해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 밝혔다. 김포 NEO센터 두곳과 오포 첨단 물류센터의 단계적인 이관도 언급했다.
이마트는 7월부터 이마트에브리데이와의 통합법인 공식 출범을 알리며 공동 매입·물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익성 개선 조치라는 설명이다. 대량구매를 통한 비용 절감과 개선된 수익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자원 재배치를 공고히 해 궁극적으로 고객 혜택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사측에 따르면 조직 및 인프라 정비 등을 갖추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기반 신규 가맹모델 출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사업모델을 채택한 신규 점포는 50여일만에 100호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고객들을 돌아서게 한 것은 ‘가격 파격 선언’이다. 가격 파격 선언은 올해 1월부터 진행된 초저가 정책이다. 고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인기 식료품과 생필품을 초저가에 공급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물량 수급에도 신경 써 소비자가 할인 상품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