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사진=경기소방청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사진=경기소방청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리튬 배터리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23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테슬라 전기를 운용하고 있는 A씨(33)는 “이번 아리셀 공장 사고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큰 화재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차량용 소화기를 구비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증가하는 전기차 화재, 리튬 배터리 ‘열폭주’ 우려

전기차 화재 사고 소식은 드물지 않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 5월 인천 강화군에서는 도로를 달리던 전기차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와 함께 불이나 56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50대 택시기사가 몰던 현대차 아이오닉 5로 알려졌다. 

국립소방연구원이 발간한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2020~2022년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총 79건이다.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인명 피해도 발생,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화재 원인은 교통사고 9건, 부주의 15건, 전기적 요인 18건, 원인 미상은 24건이었다.

재산 피해 금액은 14억6398만원에 달한다. 2019년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액은 2억7002만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3억6074만원, 2021년 8억7808만원, 2022년 9억1336만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화재로 인한 피해액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아리셀 화재 사고가 ‘전기차 포비아’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스마트 그리드 계량기 등에 사용되는 일차전지를 제조하는 곳으로, 전기차에 탑재되는 이차전지와 완전히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차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배터리를 의미한다. 사용이 끝나면 재충전 없이 폐기되기 때문에 100% 충전된 상태로 판매된다.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보관 과정에서의 화재 위험성도 높아진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또한 출입구 쪽에 일차전지 3만5000개가 박스 형태로 쌓여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차전지는 충전이 가능한 재사용 배터리이다. 이차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경우 신차를 출고할 때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지 않는다. 보관 및 운반 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는 제조 과정에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사용 과정에서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일차전지와 이차전지에는 공통적으로 ‘리튬’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리튬은 밀도가 낮은 알카리 금속으로 공기 또는 물이 닿으면 불이 붙는 특성이 있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온도가 오르면서 불이 더 강해지는 ‘열폭주’ 현상도 일어난다. 이차전지도 예외는 아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리튬 배터리에서 초기에 가스가 발생하면 15~40초 사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최대한 빨리 냉각 기능의 소화약제를 분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안전지대 벗어난 ‘지하주차장’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는 주로 배터리 과열, 과충전 및 과방전으로 인한 내부 단락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2023년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 가운데 약 18%가 충전 중에 33%는 주정차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충전 방지 보호회로(PCM)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충전이 이루어질 경우 처음에는 전해질이 끓기 시작하다가 양극과 음극이 분해되고 나중에는 분리막까지 녹아 불이 붙게 된다.

리튬은 화재 시 물로 진화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리튬이 물과 접촉할 경우 화학 반응 과정에서 생성된 기체가 팽창하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전용 D급 소화기 또는 이동식 수조에 배터리 전체를 넣어야 한다.

채 교수는 대규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전기차의 경우 충전 과정에서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지하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한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하 주차장에서는 한 번 불이 붙으면 대규모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에는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차량 3대가 전소됐다. 불이 완전히 꺼지기까지는 2시간 20분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내부에서 계속 열이 발생해 완전 진화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밀폐된 지하 주차장은 환기율이 낮고 차량 밀집도가 높아 전기차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특수 장비를 갖춘 소방관들의 신속한 현장 진입이 어렵다는 문제도 꾸준히 지적된다.

한 소방 관계자는 “진화가 어려운 만큼 화재 가능성을 낮추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독일, 벨기에 등 유럽 일부 지역에서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