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연기금들의 거래증권사 및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가 꾸준히 게재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선정 과정에서 PT 면접을 녹화 영상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거래 증권사 선정위원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 국내 주식 거래 증권사 47곳을 선정해 통보했다. 일반 거래 증권사 26곳, 사이버 거래 증권사 6곳, 인덱스 거래 증권사 15곳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 증권사에서 탈락했던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LS증권, 현대차증권, 흥국증권 등이 하반기 다시 합류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 DB금융투자, SK증권, 골드만삭스, 씨티증권 등은 거래 증권사에서 빠졌다.
보통 국민연금의 거래 증권사 및 위탁운용사 선정절차는 제안서 설명회, 펀드별 내역 및 제안서 접수, 예비심사, 제안서 심사, 구술심사 대상자 선정, 구술심사 대상자 현장실사, 구술심사, 최종선정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간의 선정 과정에서는 서류 심사 이후 국민연금이 직접 각 사 펀드 매니저를 대면해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현장 PT가 이뤄졌다. 다만 최근에는 현장 PT 대신 각 사의 소개 영상을 먼저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술심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순서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 증권사 입찰에 참여했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사 입찰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국민연금 측에서 모든 회사들을 다 만나기는 어려우니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동영상 스크리닝을 한 뒤 현장 질문을 할 회사를 선정해 부르는 것 같다”며 “이번 입찰의 경쟁률도 수십대 일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입찰 뿐 아니라 다른 건들에 대해서도 최근 국민연금이 2차 PT 면접 대신 영상 녹화본을 요구하는 추세”라며 “동영상에는 구술심사의 공통 질문인 회사의 철학, 성과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큰 손 기관투자자’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거래사로 선정되는 것은 금융투자회사들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들임과 동시에, 향후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선정 결과를 참고해 거래 증권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 스튜디오를 보유 중인 대형 금융투자회사들과 달리, 일부 중소형 증권·자산운용사들은 영상 촬영 장소 및 편집 인력 마련에 급급한 상황이다. 비디오 스크리닝 과정이 우선 통과돼야 구술 심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완성도 높은 영상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펀드 매니저들이 운용만 잘하면 됐는데, 지금은 연기금 거래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방송도 잘해야 하고 카메라도 잘 받아야 한다”며 “저희도 연초 회의실 하나를 스튜디오로 개조하고 카메라와 크로마키 등 장비를 갖다놓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이미 유투브 촬영 등을 위해 사용 중인 스튜디오가 있겠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서둘러 스튜디오를 확보하거나 빌리는 상황”이라며 “구술 심사 전 동영상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하나의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