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 펀드, [출처=케이티이미지뱅크]
EMP 펀드, [출처=케이티이미지뱅크]

상장지수펀드(ETF) 판이 커지자 EMP(ETF Managed Portfolio)가 덩달아 대세다. 글로벌 주식, 글로벌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효율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하면서 이에 투자하는 ETF 및 ETF를 조합한 EMP에 대한 관심이 커진 까닭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장 대표 지수 ETF를 포함하여 테마 및 액티브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 EMP 펀드의 설정액은 1조 4181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1조 2202억 원)보다 16%가량 늘어났다. EMP 펀드의 설정액은 2022년 1조 2423억 원에서 지난해 소폭 줄었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상황이다. EMP 펀드는 ETF Managed Portfolio Fund의 줄임말로, 주식 또는 채권 개별종목이 아닌 국내외 상장된 ETF로 운용되는 펀드를 뜻한다. 

EMP 펀드가 올 들어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ETF 시장의 급성장과 밀접하다. 비슷한 유형의 ETF가 우후죽순식으로 상장하기 시작하면서 운용역의 역량에 자금을 맡겨 선별적으로 투자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ETF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까지 대표지수형 상품이 주를 이루면서 분산투자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상품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다 보니 개인이 일일이 상품을 선별하기 어렵다.

실제 국내 상장 ETF 수는 전날 기준 875개로 코스피 상장사(835개)를 크게 앞섰다. 미국 상장 ETF의 개수 역시 3500개 수준으로 개인이 개별 ETF의 특성을 모두 파악하기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트렌드인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투자하려고 해도 관련 테마 종목 수가 20~30개에 달할 만큼 세분화되고 다양화돼 직접 ETF에 투자하기 까다롭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EMP 펀드를 속속 출시하면서 시장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글로벌자산배분밸런스형 펀드를 운용 중이다. 금융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기 위해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주식에 50% 투자하고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아 위험 분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채권과 금에 총 50% 투자함으로써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구체적으로 자산별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편입하는데, 주식은 미국과 유럽, 일본, 신흥국 등 글로벌 주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채권은 글로벌 주요 채권지수 및 미국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투자 대상이다. 금의 경우 금 실물에 투자하는 ETF를 편입한다. 또 향후 3~12개월 글로벌 금융시장을 전망해 주식과 채권, 금의 비중을 ±20% 내로 조절하며 금융시장 변동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자산운용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한화글로벌메가트렌드EMP펀드와 한화글로벌매크로퀀트EMP를 운용중에 있다. 한화글로벌메가트렌드EMP 펀드는 향후 10년 이상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메가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을 철학으로 하며, 이에 부합되는 중장기 고성장 산업 및 테마에 투자하는 주식형 EMP 펀드다. 이 메가트렌드는 크게 기술, 기후, 인구, 사회 테마로 구분하며, 대표적인 기술 테마로는 인공지능ㆍ반도체ㆍ로봇 등이 포함 되어져 있다. 

한화글로벌매크로퀀트 EMP는 글로벌 최대 독립리서치社인 BCA Research로부터 포트폴리오 자문을 받아 운용을 한다.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에 기반한 매크로퀀트(MacroQuant) 전략을 활용하여 운용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자산배분은 크게 글로벌주식과 미국 국채로 나뉘며, 글로벌 ETF를 통해 이러한 주식과 채권에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삼성 밀당다람쥐글로벌EMP’ 펀드가 있으며, 이 상품은 모자형 펀드구조로 글로벌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ETF에 투자하는 자산배분형 상품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각각 60%와 40%를 기준으로 경기 국면에 맞게 80~40%, 20~60%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조절한다. 

EMP펀드가 인기를 끄는 배경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EMP 펀드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처를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분산 투자하는 펀드 특성상 장기적으로 적립 투자할 경우 위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도 “EMP펀드는 저렴한 비용 (통상 ETF는 저보수 상품)을 통해, 원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용이하며, 분산의 분산 (Fund of ETFs)을 통해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 종목에 초분산투자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ETF 시장은 과거 수 년 전 보다도 훨씬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산별ㆍ지역별ㆍ테마별ㆍ전략별로 수천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ETF가 출시될 예정이다”면서 “이를 통해 다양하면서도 보다 정교한 EMP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ETF의 성장과 함께 EMP 펀드 역시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