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산업계에 한류가 불고 있다. 근래 가장 뜨거운 방산 도입 열풍부터 시작해, 사우디 네옴시티, UAE 바라카 원전 등 굵직한 사업마다 한국 업체들의 수주가 뒤따른다. 지난 1970년대 1차 중동 붐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 한국 산업계는, 다가올 2차 중동 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니얀 UAE 대통령의 방한은 근래 중동의 한국 산업계를 향한 관심을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5월 28일부터 5월 29일까지 이틀에 걸쳐 방한하는 무함마드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회동해 양국 산업·경제 협력 방안에 대해서 논의한다.
특히 협력 논의 대상에 오른 분야 중 에너지 분야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라카 원전, 아랍 ‘최초·유일’ 잡았다
한국과 UAE는 원전으로 끈끈히 묶인 관계다.
UAE는 현재 바라카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등이 연합한 ‘팀코리아’가 수주해 2021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 원전이다. 한국에서 운영중인 신고리 3, 4호기와 동일한 노형이며, 현재 UAE내 최대 청정에너지 공급원으로 가동 중이다.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 사례이자, 아랍권 최초의 원전 도입 사례란 점도 뜻깊다. 단일 규모 역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지난 3월엔 4호기까지 최초임계 도달에 성공하며 본격 운영단계에 진입했다.

근래 UAE는 바라카원전의 5, 6호기를 추가 건설하는 후속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무함마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본격적인 양국 간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방한 일정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청정에너지(원전 포함)·ICT 등 신산업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UAE 대사관과 함께 개최한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선 양국 청정에너지·방산 관련 인사들이 참석해 현안을 공유했다.
특히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환영사에서 “양국의 협력관계는 바라카 원전이라는 축복을 통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며 바라카 원전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럼 연사로 참석한 이정현 두산에너빌리티 팀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 구축은 에너지 안보의 핵심 열쇠”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바라카 원전을 비롯해 SMR, 핑크수소(원자력으로 생산한 수소) 등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어필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원전은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팀코리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과 납기가 경쟁국 대비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바라카 입찰 당시에도 원전 강국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를 따낸 전적이 있다. 이번 5, 6호기 추가 증설 역시 이변이 없다면 무난하게 따낼 것으로 점쳐진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이 주축이 돼서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입찰 중인 체코 원전 사업과 더불어 이번 바라카 5, 6호기까지 성공적으로 가져오면 국내 원전업계도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다르 시티’ 키포인트, 신재생에너지

원전과 더불어 청정에너지의 한 축을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도 주요 협력 대상에 올랐다.
UAE가 산업 대전환을 추진하며 ‘탈 오일머니’와 ‘신재생 인프라 확충’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AE가 2008년부터 추진 중인 신도시 ‘마스다르 시티’는 탄소·자동차·쓰레기가 없는 ‘3無’ 도시로 조성될 예정이다. 최대 30조원 이상이 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도시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한화큐셀 등 한국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의 진출이 기대되는 분야다.
한국은 UAE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이미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월 16일 한국서부발전공사가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컨소시엄을 맺고 UAE 알 아즈반 1500MW 태양광 독립발전사업(IPP)의 우선공급자로 선정된 바 있다.
특유의 가격경쟁력이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알 아즈반 사업의 전력공급계약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41센트 수준으로, 지난 2019년 준공된 누르 아부다비 사업의 2.42센트보다 41% 저렴해진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따낸 알 아즈반 사업은 바라카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7배 가까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바라카 원전 발전실적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바라카 원전 1, 2, 3호기에서 생산한 전력 단가는 kWh당 약 11.1센트로, 1.41센트인 알 아즈반 태양광 사업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의지도 뚜렷하다. UAE는 지난해 7월 ‘국가에너지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현재의 3배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총 1만9000MW(메가와트) 수준이다. 특히 태양광 투자가 대폭 확대된다. 에너지포럼에 따르면, UAE 수자원전력공사(EWEC)는 알 아즈반 태양광사업이후 2030년까지 5000MW, 2036년까지 1만3800MW의 태양광발전소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태양광만 총 1만6000MW가 설치된다. 태양광 산업은 평균 일사량이 많은 중동 사막 특성 상 향후에도 꾸준한 성장이 예견된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 중동도 국제적 탈탄소·탈석유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UAE의 움직임은 항상 선제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복판에 ‘두바이’라는 중동 최대 경제도시를 일궈낸 경험이 있다. 오늘날 탈석유라는 과제를 맞닥뜨린 UAE는 한국과 손잡고 두바이 신화를 다시 쓰고자 한다. K-에너지 ‘원투펀치’ 원자력·신재생에너지가 UAE를 발판 삼아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