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큰 손 기관투자가들이 부실화된 한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에 투자하기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공개하며 그간 버티기로 일관했던 PF 사업장들이 향후 매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이전까지 사업성이 없어 자금이 돌지 않았던 곳들이다. PF 부실채권(NPL)에 투자할 큰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5월 13일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사가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를 통해 정상으로 분류된 사업장에 공동대출(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최대 5조원을 공급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마련해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을 분류하고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정상 사업장에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본PF 단계에서 증액공사비를 추가적으로 보증하고 건설비·건설사 자금애로를 해소해 정상 사업장의 차질 없는 공사 진행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5개 시중은행과 5개 보험사가 공동출자를 통해 신디케이트론을 지원한다. 최초 1조원 규모로 자금을 조성하고 이후 최대 5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자금은 필요할 때마다 집행하는 캐피탈콜 방식으로 운영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실화된 사업장에 금융회사가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그동안 기존의 PF 채권과 동일하게 '요주의 이하'로 건전성이 분류하도록 했지만, 한시적으로 신규추가자금에 대해서는 건전성 분류를 '정상'까지 분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신규자금 공급으로 PF 사업장의 사업성이 개선되는 경우 사업성 재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금융회사가 부동산 PF에 적극적으로 자금공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별로 이같은 방침과 관련한 재무적 감독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 한도 규제 완화 및 부실채권 펀드 투자로 인한 유가증권 보유한도 초과 허용, 상호금융의 재구조화 목적 공동대출 취급기준 일부 완화, 보험사의 PF 정상화 지원 등에 대한 K-ICS(위험계수) 합리화 및 부동산 PF 대출 전후 유동성 관리 목적의 RP매도(차입) 인정, 종투사의 주거용 PF 대출 순자본비율(NCR) 위험값 완화, 금융투자사의 PF-ABCP(자사담보부기업어음) 보증의 PF 대출 전환에 대한 위험값 완화 등 금융회사의 재구조화‧정리 자금 공급에 필요한 규제완화 등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행한 제2금융권 규제 유연화조치 일부를 올해 말까지 추가 연장해 금융회사의 유동성‧건전성 관리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반면 사업성이 부족한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행사‧시공사‧금융회사 등 PF 시장참여자가 스스로 재구조화‧정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연착륙 과정에서 금융시장‧금융회사‧건설사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PF 대주단 협약을 개정하고 경‧공매 기준을 도입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 금융사가 엄정하게 사업성을 판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상황과 여건에 맞는 맞춤형 대책도 추가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대주단협약과 관련해 사업장의 만기연장‧이자유예 조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무분별한 만기연장‧이자유예는 제한한다.
이를 위해 ▲2회 이상 만기 연장 시 외부전문기관의 PF 사업성평가 의무화, ▲만기연장 동의 기준 조정(2/3 이상 → 3/4 이상) 협약을 통한 이자유예에 대해 기존 연체이자의 상환을 전제로 추진토록 의무화 ▲연체이자를 고려한 건전성분류 적용 ▲대주단의 만기연장‧이자유예 내용을 사무국에 의무적으로 통보할 것 등의 조건을 강화했다.
또한 경‧공매 대상‧계획 등에 대한 세부기준을 제시해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의 원활한 사업장 매각을 유도한다.
저축은행업권 경우 6개월이상 연체 PF채권에 대해 3개월내 경‧공매 실시를 원칙으로 한다. 경‧공매 미흡 사업장은 공시지가로 평가하는 등 정리유인을 강화한다. 이미 저축은행업권은 지난 4월부터 추진해 왔으며 타 업권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PF사업장의 정리 속도가 빨라지면, PF 관련 NPL도 늘게 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PF채권 매각이 장기 지연되지 않도록 캠코펀드 등이 자금을 공급할 경우 원소유자가 차후 재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동안 PF채권 매각은 매도자·매수자간 사업장 가치 평가 차이로 지연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PF채권 매각 활성화 방안으로는 ▲경공매 참여를 통한 캠코펀드(1조1000억원) 집행 허용 ▲캠코펀드 취득 자산에 대한 취득세 한시 감면(50%, 2025년까지) ▲캠코펀드 등의 자금공급과 관련해 매도 금융회사에 우선매수권(매입채권 매각 청산 시 우선권) 부여 ▲중소업권(새마을 저축업권) 부실채권 매입 등에 4000억원 공급 및 추가 자금수요 발생 시 자금공급 지속 등이다.
캠코펀드의 자금 집행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면서 캠코는 펀드 공동 출자자(LP)인 이지스·신한·캡스톤·코람코·KB자산운용과 캠코펀드의 신규대출 업무를 위한 계약서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캠코는 계약서 변경 작업을 이달 말까지 모두 완료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데 내달부터 신규대출을 통한 뉴머니 투입이 본격화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0월 본격 가동된 캠코 펀드는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제시해온 중요한 틀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 등을 매입해 사업을 재구조화해 왔다.
그러나 8개월간 집행 실적이 단 3건(2023년 9월 회현역 삼부빌딩, 2024년 4월 태영건설 보유 성수동 사업장, 2024년 4월 마포구 도화동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장)에 그치면서 펀드 가동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캠코 펀드 운용사 측과 매도자인 PF 대주단과의 가격 눈높이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주단이 캠코 펀드에 사업장을 매각한 뒤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경우 대주단들이 가격 협상에서 갖는 부담이 다소 덜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캠코펀드의 자금집행 범위에 있어서도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에 한정해 PF 채권의 할인매입을 통한 재구조화에만 자금집행을 허용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본PF 사업장까지 포함하게 되는 만큼 정리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