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업계 1위 타이틀을 빼앗은 KB금융지주가 또다시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손실 배상 관련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면서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전년보다 30% 넘게 쪼그라든 탓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며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홍콩 ELS 대규모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 영향으로 1분기 국내 5대 금융지주의 순익은 1년 전보다 17% 가까이 줄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8803억원이다. 5조859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작년 1분기보다 약 9794억원(16.7%) 감소했다.
올해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일제히 줄어든 이유는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홍콩 ELS 손실 배상 비용을 1분기 충당부채(지출 시기 및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에 반영하면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배상액은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 KB국민은행이 86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NH농협은행 3416억원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 ▲우리은행 75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5대 금융을 모두 합치면 총 배상액은 약 1조6650억원에 달한다.
홍콩 ELS 투자자 손실 보상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26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4.8% 감소한 1조3215억원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분기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 2740억원을 영업외비용으로 적립했다. 손실보상금 요인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올 1분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9111억원, 신한금융은 1조5955억원으로 KB금융이 더 많다.
신한금융의 1분기 이자이익은 2조8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같은 기간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0%로 지난해 말보다 0.03%포인트(p) 올랐다.
2위로 내려앉은 KB금융이 지난 25일 밝힌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91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5% 줄었다.
영업이익이 2조3554억원으로 전년보다 10.1% 늘었지만, 영업외손실이 962억원에서 948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영업외손실에는 홍콩 ELS 손실 고객에 대한 자율배상 비용 8620억원이 충당부채로 포함됐다. 신한금융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배상금은 재무제표에 충당부채로 인식되며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은 7조6695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하나금융은 홍콩 ELS 손실 배상 관련 비용(1799억원)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환산손실(813억원)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으나, 시장 예상치를 10%가량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하나금융은 26일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34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년 전보다 682억원(6.2%)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인 9062억원을 10% 이상 웃도는 수치다. 우량 투자은행(IB) 거래 유치, 퇴직연금 등 축적형 수수료이익 확대 등으로 수수료이익이 전년보다 15.2% 늘어난 5128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익 급감을 방어했다.
홍콩 ELS의 후폭풍을 피해 간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줄어든 8245억원으로 나타났다. 충당금을 작년 대비 40.5% 더 쌓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일회성 요인으로, 고금리 기조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0.9% 감소한 2조198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3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자산관리·IB·외환 수수료 등으로 1년 새 20.3% 늘어난 수수료이익이 비이자이익 성장세를 이끌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홍콩 ELS 배상액이 두 번째로 많은 NH농협금융의 실적도 전년보다 크게 뒷걸음쳤다. 유가증권 운용이익이 크게 줄어든 점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NH농협금융은 1분기 65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홍콩 ELS 관련 자율조정 배상금 3416억원을 반영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31.2% 쪼그라들었다. 이자이익은 2조2049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늘었으나, 유가증권 운용손익이 3390억원(42.2%) 줄면서 비이자이익이 30.1% 감소한 504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에도 5대 금융지주는 배당 등 주주 환원을 확대하며 밸류업 기조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5일 업계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연간 현금배당 총액(1조2000억원)을 정한 뒤, 분기마다 똑같이 현금배당을 하는 제도다. 배당 총액이 정해진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이 이뤄지면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고 배당률이 올라가 주당 배당금이 높아지게 된다.
KB금융 이사회는 1분기 1주당 784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연간 기준 3136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3060원이었다.
신한금융은 26일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1분기 525원에서 540원으로 2.9% 올렸다. 2·3분기 중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도 의결했다. 신탁계약 방식을 통해 6개월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으로 취득한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난해와 같은 주당 600원의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연초에 발표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2분기 내 매입 완료해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지난해 2분기 분기 배당금을 처음 도입한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배당금을 주당 180원으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