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봉 RGM컨설팅 대표. 사진=이하영
강태봉 RGM컨설팅 대표. 사진=이하영

한해 동안 문을 열고 닫는 가게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외식업종 개점률은 26.2%, 폐점률은 12.6%로 나타났다. 개점 매장의 절반이 문을 닫는 셈이다. 매출도 줄고 있다. 외식업종 브랜드 수는 9422개, 가맹점 수는 16만7455개로 전년대비 각각 4.9%, 23.9% 증가했다. 그러나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억7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치열하게 변하는 외식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30년 넘게 외식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백년가게를 만드는 데 그 해답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래서 남부터미널 인근에 설렁탕집 ‘우청옥’을 열었다. 13년 동안 창업자를 교육하며 부족했던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는 강태봉 RGM컨설팅 대표. 향후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직접적인 창업 컨설팅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강 대표를 지난 8일 이코노믹리뷰가 ‘우청옥’ 매장에서 만났다.

Q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일한지 얼마나 됐나.

“34년 정도 됐다. 외식 창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창업 교육 등을 해왔다. 일본에서 다년간 활동한 경험을 살려 일본 외식업계를 소개하는 일도 맡고 있다.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 심사원,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 평가 심사위원, 한중일식품외식교류협회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프랜차이즈 현주소에 대해 고민했다. 현재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Q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도한 ‘백년가게’ 프로젝트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함께하는 사업이다. 업력이 30년 이상 된 소‧중기업을 발굴해 100년 이상 이어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려는 취지다. 지역 맛집 중심으로 까다로운 서류작업과 행정절차 진행에 도움을 주어 백년가게 선정을 도왔다. 소상공인 중에는 재무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 많아 이를 돕기도 했다.”

Q 백년가게 프로젝트가 국내 외식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나.

“그렇다. 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업종의 원천기술이나 핵심부품뿐만 아니라 장인정신을 갖춘 프로들이 넘쳐나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 100년 넘은 기업이 5만개 이상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00년은커녕 30년 된 외식기업 조차 많지 않은 이유다. 철학을 갖고 외식사업을 운영 하도록 돕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은 기업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

Q 우리나라 외식산업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외식업이 너무 눈앞에 보이는 상업적인 면에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외식업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물론 이것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뜻을 품지 않으면 결국 오래 경영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 많은 외식업계 관계자들이 일본을 배우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Q 일본은 어떻게 다른가.

“한 예로 호주산 와규를 들 수 있겠다. 일본 기업이 호주에서 야끼니꾸(일본식 고기구이)를 팔고자 했다. 타국에서 야끼니꾸의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식자재인 와규(일본 소)였다. 소고기를 수출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고 냉동을 하자니 맛이 떨어졌다. 이때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소 육성이다. 와규 종자를 가지고 가서 ‘호주산 와규’를 만들었다. 일본 외식업계는 이렇게 지독하다고 할 만큼의 장인정신이 있다. 우리나라는 잘 되는 브랜드가 있으면 사서 로열티를 주고 하는 식이다. 쉽고 빠른 길만 택하는 경향이 있다.”

Q 프랜차이즈 전문가로서 해외에 소개한 국내 기업이 있나.

“‘마포나루’라는 토속음식점을 소개해 일본에 ‘서울 어머니’라는 브랜드로 기술 전수하는 과정을 도왔다. ‘벽제갈비’는 아직 일본에 진출은 안 했지만 현지 기업과 제휴를 도왔다. 현재 일본 현지에서 연매출이 15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이차돌’도 일본에 진출해 현재 매장을 2개 열었다.”

Q 인스턴트 식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프랜차이즈가 많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식업을 왜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외식업도 고객에 어떻게 접촉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내 사례를 들자면 이번에 ‘우청옥’을 만들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부동산 물건과 설렁탕 콘셉트가 결정 나고 약 3개월에 걸쳐 ▲지역상권 고객 수준 및 소비행태 ▲주변상권 음식점 수준 ▲전국 설렁탕 맛집 벤치마킹 후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사업계획서 작성 시에는 ▲메뉴구성 ▲단가설정 ▲메뉴명&카피 ▲STP전략(시장 세분화, 표적 시장 선정, 위상 정립) ▲매장 오픈까지의 진행 과정 ▲상정 식재료 및 재경비 ▲필요인원 ▲필요매출 ▲손익분기점 매출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1인석과 단체석으로 사용가능하도록 구성된 테이블. 사진=이하영
1인석과 단체석으로 사용가능하도록 구성된 테이블. 사진=이하영

Q 이번에 외식업 컨설턴트로서 창업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외식업 창업 다음에 중요한 것이 지속가능한 확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종합적인 사업계획을 적용해야 한다. 이번에 설렁탕집을 열며 가격을 저렴하게 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살리려 노력했다. 또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 테이블을 1인석과 다인석으로 모두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지속 가능점이 되기 위해 본질과 매출 등을 염두에 둔 조치다. 새로 음식점을 오픈하는 분이 있다면 특히 1인 테이블을 단체석으로 만들고 창가에 1인석을 배치한 부분을 유념했으면 한다. 우청옥은 이러한 자리 배치로 점심시간 만석률을 85%(4인석 테이블로만 좌석을 배치할 때는 보통 만석률이 60% 미만 수준) 이상 끌어 올렸다. 같은 공간에 4인석 테이블 25개를 설치해도 손님이 꽉 찼을 때 60명 이상 고객을 받지 못한다. 한편 1인석, 2인석을 잘 섞어 배치하면 85명 이상 받을 수 있어, 고객 만족도도 높아지고 매출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

*우청옥 중앙에는 낮에는 1인석으로 쓰고, 밤에는 상판을 조정해 8인 단체석으로 사용 가능한 직사각형 테이블이 위치해 있다.

Q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오신 손님을 또 오게 하는 것이라 본다. 맛과 서비스에서 고객에 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처음에 잘 나가도 일시적인 흥행에 그칠 뿐이다. 홍보 광고로 잠시 부흥하는 것은 번성점, 인정을 받으면 성공적, 그리고 문화가 형성되면 지속 가능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지속 가능점을 목표로 창업하길 바란다.”

Q 우리 외식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고 보나.

“많은 기업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나가야 된다고 본다. 내수가 줄어들며 진출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가볍게 그냥 나갈 생각으로는 안 된다. 정말 뿌리를 내려 뼈를 묻을 각오와 함께 외식 문화를 전파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가야 된다. 옛말에 ‘공부는 선진국에서 하고 돈은 후진국에서 벌어야 된다’고 하는데 이제 그렇게 호락호락한 세상이 아니다. 한국 음식점은 이제 조금씩 나가기 시작했는데 내부에서도 철학이 없으니 깨져서 돌아오곤 한다. 식자재부터 인테리어까지 현지 상황을 정확히 알고 가야하는데, 지금은 돈 벌러 가서 돈만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고 철학이 있으면 나가도 된다고 본다.”

Q 창업 선배로서 음식점 오픈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가게를 맡기고 경영을 직원들에게 오픈하는 것이다. 우청옥은 손님 수나 매출 등 경영상황을 직원들에게도 한달에 한번씩 공유한다. 영업이익의 5%를 직원들과 공유하기로 해서다. 직원들은 투자는 하지 않았지만 원팀이 되어 일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또 매장을 운영하려면 재무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세밀하게 챙기기 위해서는 재고관리 등 시스템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백년가게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Q 포부가 있다면.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 주말에 매출과 인건비 등을 고려해 문 닫는 음식점이 많은데 우리는 영업을 하고 있다. 쑥스럽지만 맛있고 분위기 좋다는 평가도 많다. 주말에 손님들에게 ‘오픈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감사했다. 예술의전당에 왔던 손님이나 외국인 손님들도 가끔 오는데 우리 외식문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실제 음식점을 경영한 경험을 발판 삼아 사업자 입장에서 좀더 직접적인 창업 컨설팅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