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증이 없어 온전한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디지털 ID가 확산되고 있다. 신분증은 없어도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만 디지털 ID가 강력한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신분증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ICT 기술이 발전해도 오프라인 실물 신분증 수준의 보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ID가 각광받는 이유다. '탈중앙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ICT 기술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보안성을 '탈중앙화'로 메울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 블록체인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ID 기술력이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블록체인 디지털 ID가 주목받는 이유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ID 확산이 시작된 계기는 '틈새막기'다. 유엔(UN)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신분증이 없어 교육, 의료, 금융 등 서비스나 투표 등의 권리를 제한받는 사람이 전 세계 11억명 이상으로 추산되자 그 해법으로 디지털 ID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신분증이 없어도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다는 특이한 현상도 눈길을 끈다. 실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은 신분증 발급 체계가 약해 '신분증 사각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지역들은 90% 이상 스마트폰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블 구축 대신 무선망 도입이 빨랐으며, 피처폰 시장을 거치지 않으면서 스마트폰 도입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고 물리적 신분증 사각지대면서 스마트폰 도입률이 높은 현상은 '디지털 ID' 도입에 적절하다.
문제는 보안 위험이다. 특히 중앙 집중식 ID는 단일 지점이 해킹 당한다면 방대한 양의 정보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악의적인 행위자가 기존 ID 시스템의 약점을 악용해 신원 도용, 사기 등 개인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문제는 '탈중앙화'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를 사용하지 않고 여러 노드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 중앙 서버를 중심으로 이뤄진 시스템의 경우 특정 서버가 공격당하면 해당 서비스가 마비되고 순식간에 민감한 데이터들이 유출될 수 있는 반면, 블록체인은 일부가 공격 당해도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단일 손상 지점과 관련한 위험을 완화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ID 관련 데이터를 분산시켜 악의적인 행위자가 중앙 저장소를 표적으로 삼기 어렵게 해 보안 태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규모 침해 가능성도 공격에 취약한 중앙 지점이 없다면 줄어들어 시스템 복원력을 보장한다.
보안에 철저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ID가 주목받았던 이유다. 신분증은 보안이 철저하게 필요한 개인정보인 만큼, 보안에 강점이 있는 기술을 활용한다는 취지다.
K-블록체인 디지털 ID, 글로벌로 '확산'
모바일 신분증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실현 계획의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블록체인 기반 분산 신원증명 기술(DID)가 적용된 모바일 신분증 도입에 힘쓰고 있다.
정부의 모바일 신분증 로드맵에 맞춰 한국조폐공사가 국가신분증모바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2021년 행정안전부로부터 모바일 신분증 전문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현재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235만명이 이용 중이며 약 135개 편의서비스와 연계돼 국민의 신원정보 확인에 활용되고 있다.

삼성페이도 이 흐름을 타고 최근 '모바일 신분증'을 탑재해 삼성월렛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삼성월렛으로 발급받은 모바일 신분증은 블록체인과 실시간 연동돼 외부 침입이나 악성 프로그램 등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관련 개인정보는 자체 보안 플랫폼 '삼성녹스'를 통해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사실 한국의 모바일신분증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디지털 정부 해외진출센터' 포럼에서는 해외진출 우수사례로 블록체인 디지털 ID 분야를 꼽았다. 해외에서도 한국을 지목했다. 세계은행(WB)은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인증 서비스 지원을 위해 모범적인 글로벌 디지털 ID 사례를 모색한 결과 대표적 사례로 한국을 선정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 달 26일 한국디지털인증협회는 미국 세계은행(WB) 그룹의 디지털 ID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개발도상국에 디지털 ID 생태계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ID4D(ID for Development)'를 주제로 삼아 한국 디지털 ID에 대한 사례를 연구·분석하고 글로벌 확산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디지털 ID 도입을 위해 한국과 손을 잡기도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국가 디지털 ID 설계를 위해 한국기업 라온시큐어와 협업했다. 라온시큐어는 블록체인 신원·자격 인증 플랫폼인 ‘옴니원 디지털 ID’로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체인 디지털 ID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옴니원 디지털 ID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담아 보안을 강화했다. 공개 발급 세부 정보만 저장하고 검증 가능한 자격 증명의 메타 데이터에 집중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향상시켰다. 이 기술은 블록체인 기술 혁신성을 높게 평가받으면서 글로벌 정보보안 전문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시큐리티 매거진의 '2024 아시아, 태평양 디지털 ID 톱 밴더'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외에도 필리핀, 코스타리카, 말레이시아, 파라과이, 우주베키스탄 등 다수 국가가 블록체인 디지털 ID를 국가 신분증 체계에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브라질은 지난해 9월 블록체인 디지털 ID 기반 신분증을 리우데자네이루, 고이아스, 파라나 등을 시작으로 발급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세계적인 트렌드와 정부 방침에 따라 디지털 ID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디지털 ID 시장이 연평균 88.2%의 성장률로 102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인호 라온시큐어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ID는 개인정보를 분산 저장해 보안성이 뛰어나고 신원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관에서도 관심 갖는 신원인증 방식인만큼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내에서는 2020년 이동공무원증 도입을 시작으로 2022년 이동운전면허증, 2023년 이동보훈증 발급이 이어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만 17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