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할머니 파스타> 비키 베니슨 지음, 김현희 옮김, 클 펴냄.

저자 비키 베니슨(Vicky Bennison)은 영국 바스대학을 졸업한 후 국제 개발 분야 활동가로 시베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투르크메니스탄 등지에서 일했다. 오랜 객지 생활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에 대한 생각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그녀는 활동가 생활을 접은 이후 음식 모험기를 쓰기 시작했다.

우연히 지인의 집에 초대되어 가정식 파스타의 매력에 빠져든 그녀는 전문 셰프가 아닌, 평생 가족들을 먹여온 위대한 할머니들의 살아있는 파스타 레시피를 채집하기 위해 이탈리아 전역을 다녔다. 이렇게 2014년부터 시작한 유튜브 〈파스타 할머니들(Pasta Grannies)〉는 구독자 100만 명에 육박했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합한 팔로우 수는 300만 명이 넘는다.

이 책은 유튜브 〈파스타 할머니들〉의 공식 레시피북으로, 지난 2020년 원조 레시피를 생생하게 아카이빙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JBA)의 요리책 부문을 수상했다.

책에는 이탈리아 집집마다 전해 내려온 75가지 전통 파스타 레시피가 담겨 있다. 뚝딱 만드는 간단한 파스타 메뉴부터 정성 가득한 파티용 파스타까지 등장한다.

파스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소울푸드이자 집밥이다. 음식을 차려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에게도 파스타는 최고의 메뉴다. 예전에는 오늘날만큼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이에 할머니들은 부족한 재료로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서 파스타로 다양한 맛을 내려고 애썼다.

할머니들이 자신의 할머니, 혹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아 조금씩 변형해온 파스타 레시피는 지역마다, 집집마다 특색을 지닌다. 라자냐, 뇨키, 마카로니 등 친숙한 클래식 파스타가 있지만, ‘공작부인의 달팽이 파스타’처럼 생소한 메뉴들도 적지 않다.

할머니들의 요리법은 마음씨처럼 넉넉하다. 레시피들은 엄격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준비물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적용할 수 있는 실전 팁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당연히 생면을 쓰면 좋지만 건파스타를 사용할 경우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너무 많이 만들어 남은 파스타는 어떻게 재활용할지, 파스타가 익었나 알아보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 할머니들의 노하우는 끝도 없다. 가스를 아끼라며 파스타를 삶을 때 작은 냄비를 추천하는 등 낭비를 싫어하는 할머니들의 알뜰한 살림꾼 면모도 엿보인다.

레시피마다 곁들여지는 할머니들의 흥미진진한 인생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다. 자연친화적인 집과 주방, 직접 가꾼 텃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재료, 맞춤옷처럼 오랜 시간 할머니들의 손에 익은 요리 도구들을 촬영한 저자의 사진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