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신약 1호가 세상에 나온 이후 지난해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산신약은 총 34개 품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문턱을 넘어선 신약도 어느덧 8개 품목에 이른다. 이처럼 국산신약은 양적 성장에 성공했다.
시장성 측면에서도 괄모한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LG화학 ‘제미글로’, 보령제약 ‘카나브’, HK이노엔 ‘케이캡’ 등이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했다. 2022년 출시된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신약 ‘펙수클루’도 지난해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혁신신약 첫 발걸음 ‘SK바이오팜’
이제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K신약 우수성’을 평가받을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국산신약 중에서는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이 가장 앞서있다. 신약은 아니지만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글로벌 성적표도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엑스코프리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이다. 엑스코프리가 제약바이오 업계 이목을 끄는 이유는 빠른 시장 침투율과 미국 자회사를 통한 직접 영업에 있다.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은 2020년 2분기 21억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2020년 4분기 74억원으로 증가한 이후 2021년에는 매분기마다 100억원에서 200억원대에 매출을 올렸다.

엑스코프리는 지난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엑스코프리가 지난해 미국에서 올린 분기별 매출은 ▲1분기 539억원 ▲2분기 634억원 ▲3분기 757억원 ▲4분기 777억원이다. 지난해 미국 매출은 2708억원으로, 2022년 보다 무려 60.1% 늘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미국 엑스코프리 매출 목표로 3900억원에서 4160억원을 잡았다. 월간 처방수를 3만건 이상으로 끌어올려 미국 시장에서 처방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실적 보고를 통해 “엑스코프리는 지난해 12월 미국 처방수가 경쟁 신약 출시 44개월차 평균의 약 2.2배 수준”이라며 “견조한 처방수 성장에 기반해 올해에는 처방 수 1위 달성을 목표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약은 아니지만 대웅제약 나보타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나보타는 2022년부터 매출이 급증하게 시작했다. 2021년 매출은 778억원으로 이가운데 481억원이 해외에 수출됐는데, 지난해엔 전체 매출은 약 2배, 수출은 약 3배가 늘었다. 지난해 나보타의 매출은 1408억원, 수출은 1141억원에 달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해외 매출이 지속 성장하자 올해 나보타 3공장 건립을 결정했다. 현재 가동 중인 1, 2공장만으로는 해외시장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나보타 3공장은 올해 준공 예정이다. 3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나보타 생산량은 지금보다 260% 증가한 1300만 바이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나보타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나보타는 미국 보툴리눔 톡신 치료 시장 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나보타의 미국 내 치료 시장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는 최근 ‘편두통 치료용 신경독소 조성물’ 미국 특허를 받았다.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비해 투여 횟수를 줄이고 투여 위치도 변경해 편의성을 개선했다. 무엇보다 부작용을 줄인 점을 인정받았는데, 이 특허는 미국에서 2041년까지 독점적 권리를 보호받는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65억 달러(8조 3000억원)로 미용시장과 치료시장으로 나뉜다. 이 중 치료시장이 53%로 절반이 넘는다. 치료시장은 애브비가 95%를 차지하고 있어 대웅제약이 치료 적응증을 획득하고 사업을 본격화하면 치료시장에서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美 시장 출사표 던진 한미약품·녹십자·셀트리온

SK바이오팜과 대웅제약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는 녹십자, 한미약품, 셀트리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녹십자와 셀트리온은 지난해 FDA로부터 면역글로블린(IGIV) 제제, 자가면역질환치료제를 각각 허가받았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2년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를 허가받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먼저 한미약품 롤론티스는 미국 출시 1년만에 시장 안착에 성공한 모습이다. 롤론티스는 2022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지난해 1분기 약 206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277억원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3분기 105억원으로 다소 주춤했는데, 4분기에는 145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한미약품 미국 파트너사인 어썰티오는 최근 4분기 재무결과보고를 통해 롤론티스가 향후 몇년 내 1억달러(1300억원 규모)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녹십자도 오랜 기다림 끝에 FDA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면역결핍증치료제 ‘알리글로’가 주인공이다. 녹십자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FDA 문을 두드려 왔다.
녹십자는 알리글로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데다, 의약품 가격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녹십자에 따르면 미국은 IGIV 1g당 14달러 수준인 국내 보다 약 6.5배 비싼 91달러 수준이다. 무엇보다 미국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 대비 경쟁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긍정요소라는 입장이다. 일본 제약기업 다케다를 비롯 6개 기업 정도가 녹십자의 경쟁사들이다.
녹십자는 미국 시장에서 높은 약가 취득을 통한 고마진 전략을 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IGIV 시장 점유율 50% 이상인 ‘스페셜 약국’을 주요 공급 채널로 선정했다. 올해 상반기 준비 단계를 거친 이후 오는 7월께 미국시장에 공식 출시한다는 목표다. 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의) 품질 경쟁력·차별화 서비스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예정”이라며 “5년내 3억불(약 4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FDA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짐펜트라’는 지난달부터 미국에 출시됐다. 짐펜트라는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주사 방식에 변화를 준 바이오베터 성격이 짙은 신약이다. 정맥주사 방식에서 피하주사 제형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짐펜트라는 현재 램시마SC라는 브랜드로 유럽, 캐나다 등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유럽 시장은 2020년 램시마SC가 출시된 이후 의료진 및 환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램시마S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럽 주요 5개국(EU5)에서 2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램시마와의 합산 점유율은 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은 출시 2년 차인 2025년을 목표로 타깃 환자 처방률을 10% 이상 달성해 짐펜트라를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등극시킨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짐펜트라를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육성하겠다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진 회장은 직접 미국 현지 의료기관을 찾아다니는 등 영업 최일선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짐펜트라는 유럽에서 축적한 처방 데이터와 간편한 투약 편의성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제품”이라면서 “현지 학회 참가, 환자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짐펜트라를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