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인천공항 내 탑승동 매장을 새단장한 모습. 사진=신라면세점
2024년 인천공항 내 탑승동 매장을 새단장한 모습. 사진=신라면세점

글로벌 4위 신라면세점이 본점 매출에서 국내 3위 신세계면세점에 뒤졌다. 이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과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매출 축소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신라면세점의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엔데믹으로 인한 해외사업 정상화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20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면세점별 매출액 순위는 롯데면세점(4조2939억원), 신라면세점(3조4956억원), 신세계면세점(3조162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2위와 1위는 8000억원 규모 차이가 있지만, 2위와 3위 격차는 약 3300억원에 불과하다.

중국인 매출 줄자, 주춤한 국내 매출

눈에 띄는 부분은 본점 매출이다. 1~3위 본점 매출은 롯데면세점 3조159억원, 신세계면세점 2조4595억원, 신라면세점 2조3856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본점 매출만 놓고 보면 2, 3위가 뒤집힌 셈이다. 본점 이외 국내 전체 월별 매출에서도 1월과 4월 매출은 신세계면세점이 신라면세점에 앞설 정도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여파로 분석된다. 유커와 따이궁 중심으로 이뤄지던 매출이 아직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되며 국내 여행‧관광업계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단체관광객 인프라 축소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 ▲송객수수료(면세점이 여행사나 가이드에 지불하는 수수료) 인하 등으로 중국인 소비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해서다.

증권가에서도 중국인 매출에 주목한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편, 크루즈, 전세기 등 중국인 단체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한 인프라가 원활히 회복되지 못하며 국내 면세 매출 반등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면세점 부문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요 회복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라면세점이 탈중국에 힘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면세점별 매출액 순위 2, 3위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차지했다. 사진=관세청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면세점별 매출액 순위 2, 3위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차지했다. 사진=관세청

 

글로벌 사업자 신라, 엔데믹에 비상 준비

물론 국내 실적으로만 신라면세점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약 40%로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최근 홍콩공항당국과 협의를 통해 첵랍콕국제공항 사업도 2027년 9월말까지 사업 연장이 결정됐다. 창이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운영기간도 각각 2028년 3월말과 2033년 6월말까지로 안정적인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타 기업과 협업 및 멤버십 확대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대만 1위의 모바일 간편결제‧송금 사업자 라인페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만 이용자수 1100만명을 넘기는 라인페이와 리워드 제공 등으로 동남아 관광객을 흡수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12월에는 온라인 최대 20%, 오프라인 최대 15% 할인가능한 유료 멤버십 ‘신라 앤 베이직(SHILLA & BASIC)’을 선보였다. 올해 1월에는 누적 회원수 3000만명에 이르는 CJ ONE과 제휴해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서 결제시 CJ ONE 포인트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공항 임대료 절감 등은 숙제다. 엔데믹에 들어서며 세계 각국 공항에서 코로나19 당시 줄였던 임대료를 전염병 이전 수준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도 지난해 면세점 입찰에서 고정 임대료 형식인 ‘고정 최소보장액’ 대신, 공항여객수 기준 임대료 책정 방식인 ‘여객당 임대료’ 제도를 도입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 여객수가 6831만9015명으로 250.4% 증가해 올해 항공사들도 일제히 항공편을 늘릴 전망이다. 임대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전체적으로는 따이공 수요가 회복되면서 그 위에 관광객 수요가 얹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관광객 비중이 커지는 2월에는 제주도 시내점을 영업 중인 호텔신라가 경쟁사 대비 아웃퍼폼(더 뛰어나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