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정석> 대한당뇨병학회 지음, 비타북스 펴냄.

과거에는 당뇨병을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비만하거나 고령자들이 주로 걸린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 습관의 변화로 20~30대에 당뇨병을 진단받는 일이 흔해졌다. 마른 몸매의 환자들도 드물지 않다.

무엇보다 전체 당뇨병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를 봐도,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6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당뇨병 위험군까지 포함하면 2000만 명에 이른다. 국민 다섯 명 중 두 명이 당뇨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당뇨병은 중증질환이다. 그럼에도 너무 흔한 탓에 가벼운 질환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당뇨병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자신이 당뇨병인지도 모르고 지내거나, 당뇨병을 진단받더라도 당장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당뇨병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립하고 있는 점이다. <당뇨병의 정석>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검증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대한당뇨병학회가 직접 집필했다.

당뇨병학회는 단일 질병 학회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1968년에 창립되었다. 2011년부터는 매년 국제학술대회 ICDM을 개최하고 있으며 학회지인 DMJ는 국제학술지로 인정받았다. 기초 및 임상연구, 간호, 영양, 사회복지 등 분야에서 일하는 4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산하 전문위원회도 20여 개에 달한다.

<당뇨병의 정석>은 혈당조절부터 식사·운동·약물치료까지, 당뇨병 관리의 모든 것이 나온다. 당뇨병 관리에 필수인 식사법을 비롯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당뇨병 치료법, 최신 당뇨병 관리 기구,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법 등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다.

책에는 혈당을 낮추는 식사 순서가 상세하게 소개돼 눈길을 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먹는 순서를 바꾼다면 혈당과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과학적 근거들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식사법의 핵심은 채소류나 단백질류를 먼저 먹고, 그 다음에 탄수화물을 먹으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식후 혈당을 15~40%까지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있다.

식사 순서가 혈당을 낮추는 원리는 포만감과 흡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세 가지다. 하지만 세 가지 영양소가 포만감을 주는 정도는 차이가 있다. 동일한 열량을 기준으로 가장 오랫동안 포만감을 주는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그다음이 탄수화물, 마지막이 지방이다. 따라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순서로 식사하는 것이 권장된다.

식사 초반에 섬유소를 단백질과 함께 섭취하면 포만감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섬유소가 많이 들어간 식품은 샐러드나 나물류이다. 단백질이 많은 대표 메뉴로는 회, 기름기가 적은 안심스테이크, 해산물 등이 있다.

탄수화물을 많이 지닌 메뉴는 밥, 국수, 빵 종류가 있고, 지방은 튀김을 비롯하여 기름기가 많은 갈비, 크림이 다량 함유된 케이크 등 후식 종류가 있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는 당뇨병에 관한 기초 지식이 실려 있어 어떤 기준으로 당뇨병을 진단받는지, 당뇨병에 걸리는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2장에는 당뇨병의 가장 무서운 점인 합병증에 대해 소개하며 당뇨병에 걸렸을 때 합병증을 피하기 위해 조심해야 할 내용을 알려준다.

3장은 당뇨병 치료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먹는 약부터 인슐린 주사, 연속 혈당 측정기, 인슐린 펌프 등 기존 치료법과 최신 정보를 함께 소개해 환자가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4장은 당뇨병에서 가장 중요한 식사법에 관한 내용으로 기본적인 식사 원칙과 간식 섭취, 음주, 탄수화물 계량법 등 식습관과 관련한 정보를 담았다. 외식과 편의점 음식 등 환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도 언급돼 있다. 5장에서는 혈당 관리를 위한 운동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당뇨병학회는 2020년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 ‘당뇨병의 정석’을 운영하고 있다. 1월 25일 현재, 당뇨병의 정석 구독자는 약 15 만명, 동영상 수 181개, 누적 조회수는 1480만 회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