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 단순 산업용 철강재부터 일상 속 간단한 소품들까지 철강이 사용되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중에도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특히 밀접한 철강제품이 있다. ‘컬러강판’이다. 컬러강판은 철강재에 도료를 도장하거나 필름 등을 부착한 냉연강판 제품이다. 주로 건축물이나 고급 가전제품에 쓰인다. 고급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냉장고, 매일 출퇴근 하며 탑승하는 엘리베이터 문 등 사용처가 다양하다. 제품에 따라선 나무의 결이나 바위의 거친 표면 등이 구현된 고급 제품도 있다. 철강업계의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군 중 하나로 분류된다.

동국씨엠이 생산한 컬러강판 제품. 실제 전통 문과 흡사한 강판을 구현했다. 사진=동국홀딩스
동국씨엠이 생산한 컬러강판 제품. 실제 전통 문과 흡사한 강판을 구현했다. 사진=동국홀딩스

동국제강그룹의 냉연사업법인 동국씨엠은 이러한 글로벌 컬러강판 업계 내 점유율 1위에 빛난다. 회사가 보유한 세계 최대 컬러강판 생산공장인 동국씨엠 부산공장은 연간 컬러강판 생산량 85만톤에 달한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건축자재 브랜드 ‘럭스틸과’ 가전자재 브랜드 ‘앱스틸’을 내세운 고급화 전략과 함께 친환경 컬러강판 제품 개발 등의 투자로 업계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중장기 성장 전략 ‘DK컬러 비전 2030’을 발표, 2030년 글로벌 100만톤 판매 체제 달성을 위해 글로벌·마케팅·지속성장 분야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동국씨엠은 이같은 컬러강판 사업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022년 동기 대비 85.7% 상승하는 쾌거를 거뒀다. 철강업계 전반이 전방산업 침체와 원자재가 상승, 중국산 저가철강 물량공세 등에 평년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에 거둔 호실적인 만큼 더 뜻깊다.

이처럼 컬러강판과 함께 승승장구 중인 동국씨엠이지만, 모든 순간이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철강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기본으로 일률적인 설비하에 생산된다. 하지만 컬러강판은 개별 제품의 디자인이나 용도별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초기 투자비용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

동국씨엠의 모회사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브라질 CSP 제철소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과 주요 전방산업인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인한 후판 사업 축소가 영향을 끼쳤다. 결국 지난 2015년 회사의 사옥인 페럼타워까지 매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동국제강그룹은 회사 주력 제품인 컬러강판 사업에 꾸준히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철강업계 최초로 컬러강판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생산능력 확대에 지속적으로 힘써왔다. 현재 동국씨엠 컬러강판의 점유율은 동국제강그룹의 ‘고진감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동국제강그룹 본사가 입주한 페럼타워 3층에 전시된 컬러강판 예술작품. 양면에 다른 패턴을 프린팅해 관람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사진=박상준
동국제강그룹 본사가 입주한 페럼타워 3층에 전시된 컬러강판 예술작품. 양면에 다른 패턴을 프린팅해 관람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사진=박상준
동국제강그룹 본사가 입주한 페럼타워 3층에 전시된 컬러강판 예술작품. 양면에 다른 패턴을 프린팅해 관람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사진=박상준
동국제강그룹 본사가 입주한 페럼타워 3층에 전시된 컬러강판 예술작품. 양면에 다른 패턴을 프린팅해 관람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사진=박상준

다만 이미 업계 1위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동국씨엠에게도 앞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먼저 컬러강판의 대표적 전방산업인 건설업과 가전업계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여전히 부진할 낌새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사람이 늘어나며 가전제품 수요도 증가하자 컬러강판 업계에도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식되고 가전 시장에 불황이 닥쳤고, 고금리·고유가·고물가 국면도 함께 찾아오며 컬러강판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내수시장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쟁쟁한 경쟁자인 포스코 스틸리온과 KG스틸 등이 각각 친환경·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며 동국씨엠을 추격 중이다.

이에 대한 동국씨엠의 해답은 ‘브랜드화’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 견조한 판매 실적을 올리겠다는 취지다. 불황기에도 명품브랜드 수요는 여전한 것과 비슷하다. 제조업계에서는 제조 기업의 제조 이력과 연혁이 곧 경쟁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동국씨엠은 국내 최초의 컬러강판 브랜드로, 컬러강판 제조 역사가 가장 길다.

동국씨엠 관계자는 “눈으로 보기에 똑같은 컬러강판일지라도 기술자들의 시선으로 보면 다르다”며 “프리미엄 제품은 개별 기능부터 다른 경우가 많은데, 동국씨엠의 럭스틸과 앱스틸은 프리미엄성을 인정 받아 가격도 높고 판매 실적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특허 보유량이나 제품 코드 수 등은 동국씨엠이 경쟁업체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며 “동국씨엠만의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군을 프리미엄화하는 것은 이전부터 해왔던 일이며, 앞으로 계속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동국씨엠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를 활용한 컬러강판 제조 기술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로 생산한 컬러강판은 ‘리-본 그린 컬러강판’으로 명명됐으며, 1톤 생산에 500ml 페트병 100개를 재활용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 세계적으로 커지는 탄소중립 요구에 대응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동국씨엠이 제작한 라미나강판 제품. 사진=동국홀딩스
동국씨엠이 제작한 라미나강판 제품. 사진=동국홀딩스

지난해 6월 동국제강그룹에서 분할 출범한 이후 첫 투자로 라미나강판에 필요한 라미나필름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도 했다. 라미나강판은 컬러강판 업계 미래 기술로 꼽힌다. 상황에 따라 강판에 필름을 여러 단계 부착해 수요와 요구에 맞춤 대응할 수 있으며, 표면 구현 및 가공성이 뛰어나다. 가전제품 고급화에 따른 외장 디자인 다양화에 필요한 기술이다. 고급화 브랜드인 럭스틸과 앱스틸에서도 취급하고 있다.

동국씨엠 관계자는 “필름 생산 기능의 내재화로 라미나강판 관련 제품과 기술 연구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셈이며, 이를 통해 제품의 레벨을 더 올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