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사 출범에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9일 28㎓ 대역 주파수할당을 신청한 3개 법인(세종텔레콤주식회사, (가칭)주식회사스테이지엑스, (가칭)주식회사마이모바일)의 주파수할당 신청 적격여부 검토절차를 완료하고, 3개 신청법인 모두에 대해 ‘적격’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 신청서를 접수한 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한 적격검토반을 구성하여 신청법인의 적격 여부를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적격검토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전파법의 무선국 개설 결격사유 해당 여부, 전기통신사업법의 기간통신사업 등록 결격사유 해당 여부, 주파수 할당공고 사항 부합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며 주파수이용계획서 등 신청법인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제4이통은 2010년부터 무려 8번이나 시도됐으나 번번히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끌어내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에 제4이통사 출범이라는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자본 문제와 시장 활성화 여부, 여기에 28㎓ 대역 주파수 한계와 알뜰폰 시장의 이견은 풀어야 할 숙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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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빠르다...모두 적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7월 20일 밀리미터파인 26.5~27.3㎓ 대역(800㎒폭, 앵커 주파수 700㎒ 대역 20㎒폭) 주파수를 경매로 할당하기로 공고한 후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주파수 할당 신청을 접수를 받아 12월 19일 이동통신(IMT)용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그 결과 3개 법인(세종텔레콤주식회사, (가칭)주식회사스테이지엑스, (가칭)주식회사마이모바일)이 주파수 할당을 신청하며 제4이통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정부도 공을 들였다. 28㎓ 대역 주파에 앵커 주파수 700㎒ 대역 20㎒ 폭을 더한 주파수를 제공하는 '원 플러스 원'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018년 주파수 경매 당시 사업자당 1만5000대의 망 구축 의무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6000대로 크게 줄였으며 주파수 할당 최저경쟁가격도 740억원으로 낮게 선정했다.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책정한 최저경쟁가격인 2072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최대 4000억원 정책금융 지원도 나선다. 심지어 사업 성숙 이후 납부 금액이 점차 증가하도록 주파수 할당대가 방식도 변경해줬다. 그 연장선에서 3개 법인 모두 적격 판정을 받은 셈이다.

경매는 25일 진행된다. 다중라운드 오름입찰방식 50라운드까지 진행되며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주파수 할당 3년차까지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례적으로 빠른 적격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그 만큼 제4이통사 출범을 통한 시장 경쟁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2010년 이후 제4이통의 출범을 어렵게 만들었던 깐깐했던 법안의 변화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기간통신사업 진입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2019년 개정됐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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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그림자는 변수
스테이지파이브가 신한투자증권과 합작해 만든 스테이지엑스는 90개 핫스팟에 6000개 이상 기지국을 구축하고 다양한 B2B, B2C 전략을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8㎓ 대역 주파수 전용 중저가 단말기 라인업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세종텔레콤은 B2B로 로드맵을 채운다. 2015년 제4이통사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상태에서 알뜰폰과 이음5G를 통해 쌓아올린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모바일 컨소시엄 마이모바일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특화 전략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4개의 그림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재무건전성 여부다. 지금까지 제4이통사 출범을 가로막았던 핵심요인인데다, 3개 법인 모두 자금력이 생각보다 많은 곳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4이통사 출범에 있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기업이 전부 빠진 상태라 더욱 우려가 크다. 비록 '주파수 가격 후려치기'에 나선 정부의 배려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국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큰 자본이 들어가는 망 구축비용을 원만하게 마련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신한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신규법인 ‘스테이지엑스’를 설립한 스테이지파이브의 경우 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주파수 경재 자체는 SKT나 KT, LG유플러스가 벌이는 '쩐의 전쟁'으로 치닫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추가 자금 유치가 관건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이통사들마저 기술 성숙도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한 28㎓를 신규 사업자가 활성화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면서 “부실한 재정으로 나온 제4이통은 통신비 경감에 기여하기 어렵다. 과도한 특혜를 줘서 과점 구조만 깨면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는 건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4이통사를 통해 계획대로 시장 활성화에 성공한다는 것도 낙관할 수 없다. 비록 3개 법인이 각각의 비즈니스 컬러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러한 계획 자체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여전히 규제산업인 통신사업에서 이들이 얼마나 통신3사 대비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정치적 상황으로 봐도 제4이통사 설립에 베팅하는 것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제4이통사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28㎓ 대역 주파수 한계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도달거리가 짧은 주파수라 상용 서비스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기존 통신사도 이러한 이유로 해당 주파수 면허를 반납한 가운데, 과연 3개 법인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는 자본 문제와도 관련있는 문제다.

마지막으로 제4이통사가 시장 경쟁 활성화는 커녕 통신3사의 알뜰폰 사업만 키워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해외 이동통신시장 구조 변화와 MVNO'를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4이통사와 같은 새로운 통신사가 출범할 경우 기존 통신사들은 이에 대비해 자회사 알뜰폰 사업을 키우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요금제인 제4이통사에 대비하기 위해 자회사인 알뜰폰 마케팅에 집중, 오히려 시장 확장의 과실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역효과가 벌어질 수 있다.

통신3사의 알뜰폰 점유율은 50%지만 IoT를 포함할 경우 30%로 낮아진다. 이런 가운데 IoT 등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제4이통사 후보 법인의 전략과 알뜰폰을 핵심으로 삼은 법인의 로드맵, 그 연장선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KT 및 LG유플러스의 전략적 행보는 물론 회선 포함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정부의 방침 등이 겹쳐지며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