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ICT 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 시장을 글로벌 빅테크의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더불어, 지금까지 누리던 합리적이고 편리한 플랫폼 서비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한국 디지털 주권 빅테크에 갖다 바치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플랫폼법 제정안을 마련해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등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에서의 반칙행위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 효과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플랫폼 시장에서 독과점 플랫폼들의 반칙행위를 차단함으로써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스타트업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및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어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ICT 업계의 반발은 격렬하다. 해당 법안이 사실상 국내 시장의 영향도를 기준으로 삼으며, 자연스럽게 한국 디지털 시장을 옥죄는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변수가 있어 법 적용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 관련 논의에 우리(벤처캐피탈 투자자들)도 꼭 논의에 참여해야 하며, 왜 필요없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면서 “(이대로 가면)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온플법의 적용은 국내 기업만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며 “회사들은 언론과 법의 감시를 받고 있는데 그 위에 제한하는 것은 ‘더더더’하기에 찬물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한때 한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평정했으나 국내 기업만 겨냥한 법안으로 몰락한 판도라TV의 사례를 거론하며 공정위의 최근 방침에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준표 대표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에서 출발, 글로벌로 진출해 성장하는 네이버,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만 대상으로 무작정 고민이 덜 된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강조했다.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의 저자이자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 부문 대표변호사는 23일 SNS를 통해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글로벌 경쟁시장에 이미 편입돼 있는 우리나라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에 큰 족쇄가 되어 결국 토종 플랫폼의 패퇴로 귀결될 것"이라며 "공정위는 EU의 DMA(디지털시장법),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을 사례로 들고 있으나, 토종 플랫폼이 미국 빅테크에 궤멸된 EU 및 회원국 정부가 자국산업이 아닌 미국 빅테크를 상대로 ‘법률전쟁’을 벌이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이어 "각 분야의 독과점을 잉태하게 만든 수 많은 타다 금지법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언발에 오줌 누기’식 사후약방문으로 플랫폼의 독과점을 해결하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정부부처들은 기존산업의 붕괴를 우려해 온갖 규제로 혁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으면서, 그 속에서 어렵게 성공한 플랫폼을 악마로 몰아 세운다면 이 땅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 SNS에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도 직접 댓글을 달아 "(공정위) 공무원들이 디지털 시대의 국제경제를 알고 일을 하면 좋겠다"면서 "매국적인 규제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플랫폼법이 다중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가 이미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불법 및 부당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로 규제하는 한편 2020년 9월부터 동일한 목적으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까지 도입한 상태에서 플랫폼법까지 겹쳐지면 소위 삼중규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나섰다. 27일 입장문을 통해 플랫폼법 입법 추진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전세계 디지털 경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망치는 소탐대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스타트업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특히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공정위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는 데 시가총액, 매출액, 이용자수 등 정량적 요건뿐만 아니라 정성적 요건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기준은 규제 예측 가능성을 현격히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이용자수가 많거나 거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불안에 떠는 이유다.

일반 국민들도 '부글부글'
공정위 플랫폼법 추진에 일반 국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 등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던 것이 공정위 철퇴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플랫폼법을 바탕으로 거대 기업인 네이버와 쿠팡 등을 규제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추진되던 다양한 서비스도 발이 묶일 수 있다. 월 4990원만 내면 무료 배송 및 반품에 이어 쿠팡플레이 구독까지 가능하던 것이 공정위 플랫폼법으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규제에 나섰으나, 오히려 전통시장은 살아나지 못하고 국민들의 피해만 커진 사례가 오버랩된다. 대형 플랫폼 규제에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무조건적으로 막는 방안도 신중이 생각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공정한 경쟁을 촉진한다는 법안이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한편, 경쟁을 통한 건전한 경제 생태계 조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정부가 경쟁을 더 촉진시켜 국민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규모의 경제만 이룬다고 거대 플랫폼의 경쟁 자체를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