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국면에서 ‘홈술(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혼술(혼자 마시는 술)’ 문화 확산으로 유행했던 와인 열풍이 시들해진 가운데 와인을 수입·판매하는 주류업계 실적도 한풀 꺾였다. 고물가 기조 속 와인 구매 수요가 위축된 데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종이 ‘하이볼’로 대표되는 위스키로 옮겨간 점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신세계엘앤비는 10억4200만원의 분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06억1000만원에서 1357억3300만원으로 10% 줄었다.
신세계엘앤비의 경우 와인 시장 1위 기업으로 꼽힌다. 연간 매출 규모는 2022년 기준 2000억원대(2063억6773만원)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와인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은 편이다.
롯데칠성음료 와인사업 부문 매출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 3분기 롯데칠성 와인 부문 매출액은 627억9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34억7400만원 대비 15% 줄었다. 2022년 롯데칠성의 와인 부문 매출은 996억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와인 매출이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 3분기 하이트진로의 와인 부문 매출액은 320억8382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321억2029만원을 기록했다.
와인을 취급하는 주류업체들이 올 들어 부진한 실적을 거둔 주 원인으로는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 및 위스키 선호도 확대 등이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2%에서 7월(2.3%) 2%대까지 떨어졌지만 8월(3.4%) 들어 반등한 이후 9월 3.7%, 10월 3.8% 등 3달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와인 수입액도 내리막길을 걷는 분위기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 올해 1월~10월 와인(포도주) 수입액은 4억2677만 달러(한화 약 5575억8676만원)으로, 전년 동기 4억8274만 달러(한화 약 6307억895만원) 대비 12% 줄었다.
반면 경기 침체 등의 악재에도 위스키 수입액은 소폭 늘어나며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 누적 기준 위스키 수입액은 2억2145만 달러(한화 약 2892억2153만원)로, 1년 전 2억1809만 달러(한화 약 2848억2684만원) 보다 2%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홈술, 혼술 등 음주 문화 변화로 와인 수입액이 눈에 띄게 성장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와인 수입량은 2020년 3억3001만 달러(한화 약 4311억6721만원)에서 2021년 5억5980만 달러(한화 약 7313억9045만원)로 1년새 70%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5억8128만 달러(한화 약 7594억4493만원)로 정점을 찍었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 심화로 주요 와인 구매 고객의 구매심리가 쪼그라 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신세계엘앤비 주요 거래처인 대형할인점, 편의점(cvs) 등을 중심으로 재고율이 높아지면서 와인 발주가 대폭 감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 하락은 고환율 및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인한 현지 주문가격 상승 등이 부추겼다”면서 “당사는 일본 사케 수입을 검토하는 등 와인 외 다양한 주종을 확대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