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과 일산∙평촌 등 90년대 초에 조성된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푸는 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을 80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법안도 소위에서 통과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1기 신도시만을 위한 특혜성 법안이 통과된 가운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통과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은 택지조성사업을 마치고 20년이 지난 면적 100만㎡(약 30만평) 이상 땅이다. 특별법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은 경기 산본과 평촌을 포함한 전국 51개 지역이다. 집을 기준으로 하면 103만채다.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혜진 기자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이혜진 기자

법이 국회 본회의에서도 통과되면 이 지역 주민들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용적률 상향·리모델링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12층~15층의 단지가 포함된 지역들은 재건축에 대한 사업성이 일부 개선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거 200만채 이상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아파트 건립이 동시에 이뤄졌지만 이미 준공 30년을 넘기며 노후 문제에 따른 생활불편이 커졌다”며 “인근 2~3기 신도시 조성으로 수요 유출이 야기될 수 있다는 면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은 이번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 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 지역의 재건축 사업 추진은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법안은 내달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4월에 시행될 예정이나 이후에도 남은 과제가 쌓여 있어서다.

함 랩장은 “국토교통부가 정비기본방침이라는 가이드를 만들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토대로 정비기본계획(토지이용관리계획, 기반시설 설치계획, 정비예정구역 지정, 용적률, 건폐율, 이주대책 등)을 수립해야 한다”며 “각 지역에 맞는 주거지 기능과 광역교통, 기반시설과 연계한 특례 적용기준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 이번 법 제정만으로 단기간 안에 집값 상승을 기대하긴 제한적”이라며 “정비사업의 실질적인 시작은 재건축 사업을 통한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지자체의 명확한 마스터플랜이 수립될 때 안전진단부터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 수립, 관리처분계획 수립까지 각 단계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건축을 한 후 아파트값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뛰면 조합원이 초과이익에 대해 일정 금액을 내야 하는데, 이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초과이익 기준을 상향하는 법안도 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재건축 초과이익에 대한 기준은 현행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간다.

다만 이 법안으로도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까지는 수도권 정비사업의 관건이 인허가였지만, 지금은 각 사업지 조합원의 추가 분담 여력이 관건"이라며 “재건축 부담금이 감면돼도 추가 분담금에 더해지는 거라 사업이 탄력을 받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