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 20개 건설사 중 올해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업체는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면 주택사업 비중이 다른 부문보다 높은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건설사 가운데 상당수는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절반 이상 급감했다. 원자잿값 상승에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 업계 순위 지표인 시공능력평가액을 기준으로 실적을 공시한 상위 20개 건설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비교한 결과, 한화 건설부문(-80.4%)과 금호건설(-62.9%)∙계룡건설(-55.3%)∙GS건설(-51.9%)∙DL이앤씨(-30.9%)∙아이에스동서(-18.2%) 등의 순으로 전년 동기보다 영업익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 상위 20개 건설사 실적 비교.
3분기 상위 20개 건설사 실적 비교.

이 중 DL이앤씨는 자회사인 DL건설을 제외하면 별도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41.3% 줄었다. 올 3분기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7.4%, 6.5% 감소했다.

DL이앤씨(66.5%)를 제외하면 각사는 올 1~3분기(1~9월) 주택사업의 매출 비중만 따로 공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계룡건설과 삼성전자 반도체 팹의 비중이 높은 삼성물산을 빼면 건설사들은 각 사업부문 중 주택사업 관련 부문의 매출 비중이 다른 부문의 사업 비중을 합친 것보다 높다. GS건설(76.3%)이 가장 높은 가운데 아이에스동서(63.6%)∙대우건설(63.0%)∙금호건설(51.4%) 순이다.

10대 건설사 중 3분기에 영업이익이 가장 급증(181.9%)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SK에코플랜트(76.2%)에 이어 영업이익 증가폭(49.8%)이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택사업 관련 부문인 ‘건축∙주택’의 1~9월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다만 회사가 이 부문의 주요 고객사로 밝힌 2개사(현대자동차∙엠에이에이치) 중 공동주택을 발주한 엠에이에이치의 도급액(5591억원)보다 현대차의 신공장 건설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에 대한 도급액(1조5998억원)이 2배 이상 많은 등 다른 건설사보다 주택에 대한 비중이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주택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사보다 높은 업체들을 위주로 영업익이 줄어든 데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은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원자잿값이 주택 사업의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금호건설은 원자잿값과 관련해 ‘에스컬레이션 조항’(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변경)이 적용되는 사업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건설사가 언제 아파트를 많이 분양했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주택 경기가 좋았던 때인) 2021년 1월에도 분양을 많이 안 했으면 원자잿값에 대한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이와 달리 지난해에 분양을 많이 했거나 그 전에 분양했어도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면 이익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건설사들의 주택건축사업 원가율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비율 자체만 놓고 보면 대형사들과 DL건설 등 중견사의 차이는 5~7%에 불과하다. 이에 건설사간 영업이익 차이를 가른 요인은 높은 원가율보다 지난 3분기에 각 업체가 사업 진행률을 기준으로 원가율에 대한 조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에 따라 갈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와 내년에도 많은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이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사업에서 아직까지 적자가 난 사례는 없다”면서도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은 3분기처럼 주택의 비중과 준공 진행률, 분양 시점 에 따라 4분기와 내년에 비슷한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