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은 반도체, 인공지능, 모빌리티 등과 함께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한 축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로봇과 관련된 사업 역량을 점차 확장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 역시 이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확대를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등장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산업용 로봇 세계 상위 경쟁력

산업연구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종합 경쟁력은 일본, 독일, 미국, 스위스, 중국에 이어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를 선도하는 최상위 국가들과의 기술적 격차가 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의 규모는 약 5.5조원 수준(2020년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2015년에서 2020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5.4%의 성장을 기록해 왔다. 

우리나라 로봇의 강점은 산업용 로봇에 있다. 국내 로봇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산업용 로봇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제조업용 로봇(52%)이며 관련 소프트웨어(32%) 그리고 서비스용 로봇(16%)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산업용 로봇으로 한정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상위 입지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용 로봇 판매량(2020년 기준)은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로 시장규모는 약 2.9조원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기·전자, 자동차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용 로봇의 활용과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로봇의 활용은 현대자동차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978년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차량 제조 공정에 용접용 로봇을 도입했다.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은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는 전기·전자기업의 공정에도 로봇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반도체 공정, 2000년대부터는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도 로봇의 적용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용이 아닌 서비스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 국내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8600억원 규모로 2015년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6.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서 로봇청소기·물류용 로봇·의료용 로봇은 점차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그 시장도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 

‘로봇 한류 시대’ 준비하는 기업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로봇을 각자의 미래 먹거리로 설정하고, 각자의 주력 영역과 연관해 다양한 로봇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로봇산업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업은 현대다. 현대자동차의 차량 생산 공정용 로봇에서 시작된 현대의 로봇은 광범위한 분야로 그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기술적 역량도 함께 성장했다.  

현대로보틱스는 국내를 대표하는 산업용 로봇기업이다. 현대로보틱스는 1984년 현대중공업 내의 로봇사업팀에서 출발해 2020년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사업 물적분할로 설립된 기업이다. 자동차 제조용 로봇, 디스플레이 운송용 로봇의 개발 및 제조를 주력으로 하며 국내외 다양한 고객사에 로봇 제품과 운영 체계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현대로보틱스는 2024년 연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스마트팩토리·조선소·서비스 로봇까지 사업의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현지 기업과의 합작으로 산업용 로봇을 중국에서 생산중이며, 2021년에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유럽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은 2018년 차량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인공지능,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과 함께 로봇을 5대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2040년의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를 자동차 50%,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 30%, 로봇 20% 등으로 설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사의 ‘2025 전략’에서 “2025년까지 로보틱스 분야에 1.5조원을 투자하며, 이를 통해 자체적 로봇 기술 개발과 M&A를 추진해 로봇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련의 계획은 미국의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미국 현지 로봇AI 연구소 설립 그리고 그룹 내 ‘로보틱스 랩’의 운영으로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

한화는 2017년 국내기업 최초로 협동로봇 제품을 출시한 기업이다. 싱가포르 로봇 및 자동화 솔루션 기업 PBA 그룹과 조인트 벤쳐를 설립하고 현지 생산 공장을 통해 동남아 로봇 시장 공략했다. 지난 10월 4일 한화는 로봇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사업의 전문 법인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한화로보틱스는 지난 10월 17일에서 20일까지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원스마트팩토리 및 생산제조기술전(SMATOF)’에 참가해 자사의 다양한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이 행사에서 한화로보틱스는 최대 14㎏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협동로봇 신제품 ‘HCR-14’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스마트팜의 사과를 수확, 포장하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두산로보틱스
스마트팜의 사과를 수확, 포장하는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두산로보틱스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세계 상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재 로봇 생산능력은 연간 1만대 규모이며 10가지 이상의 협동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음료(커피,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과 물류 현장에 도입되는 협동로봇의 개발까지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학교의 디지털 교육 현장에 투입된 LG 클로이 로봇. 사진=LG
학교의 디지털 교육 현장에 투입된 LG 클로이 로봇. 사진=LG

LG전자는 ‘서비스 로봇’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로보티즈, 로보스타 등 로봇 전문기업들을 인수한 데 이어 캐나다의 라이다 플랫폼기업 레다테크, 미국 로봇기업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자본을 투자했다. 2017년에는 자사의 로봇사업 브랜드 ‘LG 클로이’를 런칭해  이후 안내·바리스타·음식조리·서빙·방역로봇 등 6종의 서비스용 로봇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로봇사업을 본격화 한 이후 의료·가정용 로봇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1년 삼성전자는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고, 지난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을 자사의 공식적인 ‘신사업’으로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로봇 출시를 위해 운동 보조장치와 관련된 기술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해 왔다. 2019년 삼성전자는 글로벌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인 ‘EX1(젬스힙·GEMS Hip)’을 최초로 공개했다. EX1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CES 2019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 힙.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CES 2019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 힙. 사진=삼성전자

정부의 지원사격 

정부도 로봇 경쟁력의 강화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8월 23일 개최된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국가로봇테스트필드사업’이 총사업비 1997억5000만원(국비 총 1305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국내 로봇 업계 대부분은 중소기업(99%)으로 로봇을 개발해도 수요처의 실증 결과 요구 및 실증공간 부족 등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실증에 대한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국가 주도의 실증공간 조성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향후 5년간(2024년~2028년) 로봇 실증 평가 기반시설로 구축될 예정이다. 물류, 상업, 생활, 실외주행 등 실제환경을 유사하게 모사해 로봇의 서비스 품질, 안전성, 신뢰성 실증 등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2025년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테스트필드가 지원하는 모든 종류의 실증 서비스로 지원범위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로봇 산업의 글로벌 성장이라는 흐름에 맞춰 기업과 정부가 같은 방향성을 지향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의 국내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고루 배치될 수 있는 기술 인재들의 육성과 R&D 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