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니까 산다.” 최근 중국 쇼핑앱(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판을 뒤흔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반면 업계에서는 아직 알리익스프레스를 ‘대세’로 부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판매 영역 자체가 일부 해외직구 시장에 한정돼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14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8월 알리익스프레스 쇼핑앱 사용자 수는 551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277만명) 대비 무려 99%나 증가한 수치다.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가 1년 만에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선두권과 차이는 분명하다. 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쇼핑앱인 쿠팡(2887만명), 11번가(859만명), G마켓(605만명)의 사용자 수가 알리익스프레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는 1위 쿠팡의 19% 수준에 불과하다.
극가성비로 주목받는 중국앱
문제는 성장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또다른 조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사용자는 2020년 8월 139만명에서 2023년 551만명으로 3년만에 2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중국 쇼핑앱 테무도 지난달 쇼핑앱 부문(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 신규설치 1위를 기록하며 인기 상승 중이다.
이커머스업계는 중국앱의 약진을 극가성비에서 찾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대부분의 물건이 국내 상품과 비교해 가격이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글로벌 쇼핑앱 테무도 극가성비를 추구한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테무는 대나무펄프 미용티슈 28팩을 약 5500원(29.9위안)에 팔아 고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극가성비는 고물가에 신음하는 국내 사정에 맞아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13으로 전년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물가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국민의 소비 부담이 1%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달 물가는 기대보다 13% 정도 높은 수준으로 파악 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고객은 자연스럽게 가성비 상품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결과 유튜브와 포털사이트에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를 검색하면 저렴하게 구매하는 법, 언박싱(박스를 개봉한다) 영상 등을 흔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쇼핑앱, 아직은 일부 시장에 불과
중국 쇼핑앱은 장단점이 분명하다. 먼저 장점은 극단적으로 싼 가격과 그에 비해 준수한 성능, 보관과 배달의 용이성에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이용자들이 언박싱 영상에서 국내 가성비 기업으로 손꼽히는 다이소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다. 이들 취급 상품은 모두 공산품으로 유통기한이나 보관에 제약이 덜한 부분도 장점이다.
단점도 적지 않다. 이커머스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식품을 취급하지 않고, 배송기간이 5~7일 정도로 느리고, 브랜드 제품의 경우 가품(짝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가 찾는 이유는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저렴해서다.
예를 들어 국내 온라인 쇼핑앱에서 3만원짜리 휘핑기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3000원에 판다고 가정하자. 식품, 외식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성능에 큰 차이만 없다면 고객이 저렴한 공산품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중국 쇼핑앱들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상품군의 급이 다르고 소비자층이 확실히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쇼핑앱은 전통적으로 주로 40대 남성 고객이 가전‧전자‧통신기기 및 생활용품을 구매했다. 고물가로 구매층이 보다 늘어났지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통계상으로도 이같은 업계의 중론이 아직은 힘을 받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해외직접구매는 총 1조34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이중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매출 비중이 각각 23.0%와 19.1% 감소하는 대신 중국 매출이 4.5% 증가했다. 중국 매출 증가량은 176억원에 불과해 미국과 EU의 매출 감소분(2039억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는 40대 남성이라는 고정수요층이 있다”며 “올초 신규수요가 급증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질적 차이가 커 6조원 규모 해외직구 시장용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중국 쇼핑앱의 성장에도 올해 매출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