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한미약품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한미약품

과거 자사의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했지만 반환되는 아픔을 겪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다시 기술이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직접 개발하며 반환된 기술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의 기업들은 반환 받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자체적으로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앞서 지난 2015년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에 기술이전된 바 있다. 이후 사노피는 6000여명의 대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6월 계약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반환된 파이프라인을 비만치료제로 적응증 변경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 비만 기준에 최적화된 치료제로 개발하기로 전략 변경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 에 대한 비만 대상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는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오는2025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앞서 기술수출에 재성공한 경험이 있다.  2019년 얀센이 반환했던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2020년 미국 MSD에 1조원대 규모로 다시 라이선스 아웃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특발성 폐섬유증 파이프라인인 'BBT-877'의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호주에서 임상 2a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모집 목표 120명 가운데 30명 이상의 환자 모집이 완료돼 투약이 시작된 상태다. 글로벌 50여개 임상기관에서 임상 환자 모집 및 등록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앞서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바 있지만 2020년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베링거인겔하임이 해당 물질의 잠재적 독성을 우려해 다시 권리를 반환한 바 있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관련 추가 실험 데이터를 확보해 잠재적 독성 우려를 모두 해소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상 진입 승인 통지를 받은 후 자체 개발 중에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의 기술이전도 다시 목표하고 있다. 기술이전 재점화를 목적으로 이달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2023 IPF 서밋’에 참가했다. 임상이 본격화 되면서 실제 여러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이전과 다양한 사업적 협력을 논의할 계획을 가지고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BBT-877의 임상 2a상 환자모집에 속도가 나고 투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임상 현황에 따라 내년 중 적절한 시기에 관련 학회 등을 통해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