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을 맞이해 유관기관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을 맞이해 유관기관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지난 4월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으로 굴욕을 당했던 금융당국이 10년 만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손질에 나섰다. 이에 그간 강제 조사권한이 없었던 금감원도 강제·현장 조사 및 영치권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을 맞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시장감시·조사·제재 체계 전반을 개선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우선 ‘자산동결 조치’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 발견 시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장이 긴급 조치로 자산을 동결하는 구조다. 

한국의 금융당국은 미국, 캐나다, 홍콩 등의 금융당국과 달리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자산동결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적발한 후 자산동결 권한이 있는 검찰에 넘기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다만 이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자산동결 제도 도입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위해 관계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거래소, 금융당국, 검찰 등 자본시장 감독 유관기관의 협업 효율성을 방해하는 부서 간 칸막이도 없앤다. 당국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중심으로 한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월 1회 주기로 ‘조사·심리기관협의회’를 개최해 금감원, 거래소, 필요시 검찰까지 사건 전반을 관리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여기에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 주재의 실무 협의체를 통해 각 기관 담당자들의 접촉 횟수도 늘린다. 

특히 복합 위법 행위의 제재에 대해서는 각 부서의 조사가 끝난 뒤 증선위에서 종합 심의를 내릴 수 있도록 통일했으며, 주가조작과 같은 중대 사건은 사건 초기부터 모든 유관기관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그간 일반사건에 대해 강제조사 권한이 없었던 금감원에 필요시 강제조사, 현장 조사 및 영치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동 조사를 확대함과 동시에 중요(금융위), 일반(금감원)에 그쳤던 사건 분류 방식을 폐지하고, 각 사건의 성격과 범죄 유형, 기관의 장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재분류하기로 했다.  

또한 불공정거래 신고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지급 한도도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리고, 익명 신고제도 도입한다. 불법 행위자가 자진신고를 하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경우에는 과징금을 최대 100% 감면해줄 방침이다. 구체적인 포상금 제도 개편안 내용은 4분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시세조종 분석 기간도 단기(최대 100일)에서 장기(6개월, 1년)로 확대하고, 장기 주가 상승에 대한 시장 경보 요건도 보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조사 조직 인력도 확충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을 추가 지정하고, 현장조사와 포렌식 부서 및 불공정거래 신고 담당 부서 등의 인력 확보를 검토하며, 거래소는 시장감시시장감시부·심리부, 특별심리부를 감시심리 1~3부로 재편하고 사전예방부, 이상거래 적출 기준 개선 등을 위한 전담 연구팀 신설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자본시장 투자자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행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범죄행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불법행위인 만큼, 엄정한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검찰, 금감원 등 각 유관기관 인사들 역시, 이번 대책 발표를 계기로 무관용 원칙의 엄정한 처벌을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척결해 나가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김유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금융범죄중점검찰청으로서 수사역량을 집중하여 자본시장 교란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까지 철저히 발본색원함으로써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보호되도록 여러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은 조사부문 조직개편 및 인력 충원을 통해 신종 수법 등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유관기관과 함께 긴밀히 대응을 해왔고, 앞으로도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근익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역시 “시장감시·심리 체계 개선과 분석기법 고도화를 위해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할 계획이며, 금번 개선방안이 신속하고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기관간 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