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이 유동화 할 수 있는 자산 많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 회장은 HMM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동원그룹이 인수자금 조달 관련, '형제사'인 한국투자증권(한투지주의 자회사)에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김 회장은 14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동원그룹이 충분히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원그룹이 유동화 할 수 있는 자산이 많은 점을 부각하면서도 한투증권이 HMM 인수자금 지원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락받은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동원그룹은 하림그룹, LX인터내셔널과 함께 HMM 숏리스트에 선정됐다. 증권가에 따르면 HMM 인수에는 7조 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HMM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며, 형인 김 회장이 최대주주(20.79%)로 있는 한투지주의 자회사 한투증권이 나설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김 회장(1963년생)과 김 부회장(1973년생)은 10살 차이가 나는 형제다. 김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며, 김 부회장은 차남이다. 과거 금융 산업의 성장성을 내다본 김 명예회장이 장남 김 회장에게 해당 산업 육성 기회를 줬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재의 한투지주와 동원그룹으로 분리돼 경영 중이다.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현금성 자산 5169억원(연결 기준)을 가지고 있다. 부채비율은 136.30%, 유동비율은 116.99%다. HMM 인수에 나선 하림, LX인터 등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자금 조달에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계열분리를 하며 한투지주와 동원그룹은 서로 다른 그룹으로서 명확한 선을 지켜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재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끈끈한 형제사'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인위적 지원 관계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자율적 선택이 가능한 회사채 주관 업무를 비롯한 IB업무 영역에서는 동원그룹은 한투증권을 중점적으로 기용해 왔다. 이에 이번 동원그룹의 HMM 인수에도 한투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한투증권의 역할에 재계와 증권가의 관심이 쏠렸다.
이달 예정된 김 회장과 세계적 M&A 전문 금융사로 꼽히는 스티펄 파이낸셜의 론 크루셥스키 회장의 회동을 놓고, 동원그룹의 HMM 인수 사항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 회장이 '동원그룹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백기사로 나서는데 대해서는 거리를 두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투증권이 조력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고려대 경영대 83학번인 김 회장은 이날 고려대학교에서의 채용설명회 강연 이후에도 90분 넘게 질문을 받으며 모교 후배들과 격의 없이 소통했다.
김 회장은 국내 증권사 중 경쟁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같은 반에서 2·3등과 경쟁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글로벌,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주의 맥쿼리그룹을 롤모델 회사로 제시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로 대단히 높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쫓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김 회장은 '한국투자증권보다는 은행 계열인 NH투자증권이나 KB증권 입사를 추천하는 선배들도 있었다'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 대해서는 "은행이 있는 증권사에 가면 편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은행이 없어서 1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