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한동안 리더십 공백을 겪으며 크게 흔들렸다. 물론 이 과정에서 KT가 걸어온 핵심 비전을 위한 로드맵은 빈틈없이 추진됐으나 한편으로는 조직 전체가 크게 동요한 것도 사실이다.

김영섭 KT 대표가 등판하며 상황은 일변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KT의 수장이 된 김영섭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리는 한편, 탈통신으로 대표되는 ICT 전략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김영섭 KT 대표가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KT
김영섭 KT 대표가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KT

"연내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조직 안정화 주력
1959년생 김영섭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역임했다. 이어 회장실 감사팀장, 총무부장, 미국법인 관리부장 등을 지냈으며 LG유플러스에서는 CFO 부사장을 역임해 전형적인 관리형, 재무통 인사로 여겨진다.

디지털 전환 전문가로의 역량을 보여준 것은 LG CNS로 자리를 옮기면서 부터다. 하이테크사업본부, 솔루션사업본부 등 주요 사업본부장을 지낸 다음 CEO까지 역임하며 디지털 전환 전략의 큰 그림을 그렸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를 두고 재무통이자 디지털 전문가이며 융합형 경영인의 전형이라는 평가다. 다만 김 대표는 취임 후 첫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말로 본인의 경영철학을 밝힌 바 있다. 재무통이나 디지털 전문가, 융합형 경영인이라는 프레임에 어느정도 거리를 두면서 KT가 당면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일은 초유의 경영 공백에 따른 역시 조직 내외부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우선 전임 경영진 및 기타 검찰 수사를 받고있는 인사들을 향한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실제로 9월 1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에 대한 직무해제 조치를 내린 후 정부와의 관계 정상화 등에 나서는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다만 이러한 '전격 원포인트 인사'는 조직 내부의 동요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이후 임직원들과의 대화,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화합'이라는 키워드를 빠르게 빼들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임직원들과의 대화에서 "경영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개편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어야 하지만, KT인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기자간담회에서는 "KT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면서 "연내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영섭 KT 대표가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KT
김영섭 KT 대표가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KT

AI 등 탈통신 전략 드라이브
김영섭 대표의 KT는 핵심 네트워크 인프라, 즉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AI를 중심에 둔 탈통신 전략을 적극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통신 사업과 IT를 접목하는데 성공하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빅테크가 잠식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등의 IT 영역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혹은 주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9월 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개방된 디지털 국가 선도(Leading an Open Digital Nation)’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통신사 주도의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Shift to the Telco-led Digital Paradigm)’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영섭 KT 대표가 GSMA M360 CEO 키노트스피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T​
​김영섭 KT 대표가 GSMA M360 CEO 키노트스피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T​

김 대표는 “통신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독점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데 만족하는 동안 빅테크기업들은 텔코가 구축한 인프라에 메신저, OTT,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놓아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며 “클라우드, AI, 자율주행 등 빅테크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대등한 IT 역량을 축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CT 업계를 장악한 빅테크와 경쟁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취임 후 첫 투자 대상이 AI 스타트업인 것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콴다와 업스테이지에 2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T는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업스테이지’와 ▲기업전용 대형언어모델(Private LLM) 솔루션 개발 ▲B2B 도메인 특화 대형언어모델 개발 등 AI분야 B2B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며, ‘콴다’와는 ▲교육 도메인 특화 대형언어모델 개발 ▲교육 플랫폼의 AI 확산 등 AI B2C 서비스 개발에 협력할 예정이다.

AI 풀스택 전략을 중심에 두고 KT의 비전을 탈통신에 위치시켜 새로운 비전을 창출한다는 각오다. 김영섭 KT 대표의 전략적 판단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