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 대한 의혹을 꺼냈다. 이 사장이 자문 활동을 한 특정 기업의 수의 계약 과정에서 이해 충돌의 소지가 있었을 수 있단 주장이다. LH 관계자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맞섰다.
경실련은 5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장이 취임 전인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용마엔지니어링(용마ENG)에서 건설사업 분야 종합자문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LH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용역회사다.

경실련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7월 용인보라 지방도 315호선 경부고속도로 횡당교량 등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맺었다. 계약 금액은 18억5746만원이다.
경실련은 LH가 용마ENG와 이해 충돌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날 통화에서 경실련 관계자는 “LH 퇴직자가 취업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으니 부정 청탁까지는 아니어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이 사장과 관련해서도 그가 용마 ENG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자문 역할을 했는지 LH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건설사업 분야 종합자문’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이해충돌 소지를 막기 위해 제정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취지와 어긋난다”고 말했다.
LH 측은 “수의계약이 아닌 변경계약”이라고 반박하며 경실련의 비약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는 “경실련이 의혹을 제기한 건은 2005년 9월에 처음 경쟁을 통해 계약이 체결된 건이다. 17년간 지역 민원(고가차도를 지하차도로 변경하는 것 등)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의 지연으로 그간 수 차례의 계약 기간 연장을 위한 변경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 중 지난해에 체결한 계약도 있고 이를 수의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2005년 내용을 갖고 최근 LH의 전관 예우 논란과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 심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 사장이 용마ENG서 맡은 업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보공개 청구 취지에 맞게 충실하게 답변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최종 판단은 LH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실련은 올해에만 3명의 LH 2급 이상 퇴직자가 용역업체에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동해종합기술공사와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 다산컨설턴트 등이다.
이 가운데 동해종합기술공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예타안(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꾼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에서는 LH뿐 아니라 한국도로공사의 퇴직자도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LH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용역업체는 종합건축사사무소 동일건축, 신화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경호엔지니어링, 용마엔지니어링 등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 중 동일건축에는 2019년과 2022년에 각각 LH 2급 이상 퇴직자인 강씨와 황씨가 재취업했다. 이들이 동일건축에서 재직하며 달성한 누적 계약 건수∙금액은 각각 23건, 384억원이다.
신화엔지니어링은 지난해 LH 2급 이상 퇴직자가 한 명만 재취업했지만 누적 계약 건수∙금액이 각각 32건, 451억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전관을 영입한 용역업체 가운데 가장 큰 수주 규모다.
올해 전관이 영입된 업체들 중에선 KG엔지니어링이 건수(41건)와 금액(396억원) 모두 타 업체보다 많다. 동해종합기술공사(37건, 204억원)는 지난해 전관을 영입한 경호엔지니어링(31건, 196억원)보다 수주 규모가 컸다. 최근 5년간 전관이 재취업한 용역업체까지 포함하면 해안종합건축사무소(23건, 546억원)의 계약 금액이 가장 많다.
한편 경실련이 LH에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 뒤 LH 임직원이 직무 관련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신고한 건과 직무상 비밀이용으로 처벌한 건은 모두 0건에 그쳤다. 반면 국토부 조사에서는 비밀이용으로 수사 의뢰를 받은 게 2건, 미공개정보 관련 투기 의심 감사의뢰 2건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국토부 정기 조사와 부동산 범위 등이 달라 조사 결과가 다른 것”이라며 “LH 임직원 등이 보유∙매수 신고해야 하는 부동산은 시행일인 지난해 5월 19일 이후 주민공람 공고와 지구 지정 등의 절차에 따라 대외 공개되는 LH 사업 관련 부동산으로, 이 기준에 해당하는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건수는 없다. 반면 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국토부 정기 조사는 공사 임직원이 특정 기간 동안 거래한 전국 모든 부동산을 대상으로 시행됐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