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의 사옥 매입 계획에 2대주주 태광산업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롯데그룹은 사옥매각으로 현금을 챙길 수 있지만, 태광산업은 금전적으로 어떠한 이득도 챙길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광산업은 지난 28일 롯데홈쇼핑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본사 건물과 토지를 2039억원에 매입하는 계획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롯데홈쇼핑 이사회 의사 결정 과정의 하자를 지적한 이후 두 번째다. 당시 태광산업은 본 매수 거래의 강행은 법률적인 배임 행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태광산업의 롯데홈쇼핑 지배력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평가다. 태광산업의 계열사 포함 롯데홈쇼핑 실질 지분은 절반 수준인 45% 규모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이익을 내야 배당금 등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반면 롯데홈쇼핑이 매입하려는 사옥은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각각 64.6%, 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옥이 팔리면 태광산업과 무관한 롯데그룹 양사에만 매각대금이 분배된다.
롯데홈쇼핑의 이번 결정이 기업들의 일반적인 경영 패턴과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올해 2분기 매출액 231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5.2%와 92.8% 감소한 수치다. 통상 기업은 재무상황이 힘들어지면 보유 사옥을 팔고 임차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이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태광산업 논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태광산업은 이 같은 일이 롯데그룹 전반의 재무안전성 저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6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시켰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계열사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려가 1차로 논란이 됐다. 이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고가 인수와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겹치며 롯데그룹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던 롯데케미칼의 입지가 크게 흔들린 상태다.
문제는 당분간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은 29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지난 24일 5년물을 돌연 취소하고, 2년물과 3년물만으로 구성했다. 당초 회사채를 2500억원 상당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낮아진 이후 냉랭한 투심에 규모를 한 차례 축소하기도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9일 롯데그룹 스페셜리포트에서 “롯데그룹은 석유화학부문의 실적저하 및 높은 투자부담, 건설부문 위험으로 인해 확대된 재무부담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태광산업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 하반기 롯데그룹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1조9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재무부담은 더욱 높아질 상황”이라며 “최근 탈TV 흐름 속 홈쇼핑 업계가 자체 콘텐츠 강화, 사업 다각화 등 생존을 위한 온 힘을 쏟아 붓는 시점에서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매입한다면 현금 유출과 그로 인한 기회비용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