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업계 2분기 실적이 주저앉았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중국의 석유화학 분야 자급률이 높아져 판로를 잃은 측면도 있다.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LG화학과 한화솔루션, 효성화학 이외에도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의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LG화학, 한화솔루션, 효성화학 등은 모두 전년동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 등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5사의 특징은 석유화학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석유화학 비중 높은 기업, 2분기 고전
석유화학 비중이 100%인 효성화학의 실적 하락이 가장 컸다. 효성화학은 2분기 매출액 7239억원에 10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5.55%, 영업이익은 51.69% 감소한 수치다. 효성화학은 프로판을 기반으로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베트남 생산공장에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증설을 마친 베트남 공장은 국내보다 효율이 떨어지고 원료인 프로판 가격의 상승,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도 석유화학 위축으로 이익에 금이 갔다. 회사는 2분기 매출액 14조5415억원, 영업이익 6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18.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9.9% 감소한 수치다.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석유화학 부문이다. 실제 해당 사업 부문 2분기 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7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사업의 불황으로 회사의 현금 창출 능력이 축소된 게 사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모듈 판매마진 하락으로 석유화학 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회사는 2분기 매출액 3조3930억원, 영업이익 1941억원으로 조사됐다. 매출액은 4.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8.7% 감소했다. 동기간 석유화학 부문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6.1% 줄고, 영업이익은 무려 79.1%나 감소한 492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 비중은 75%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실적도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양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305억원과 1097억원으로 예상된다. 기초화학 매출이 80%에 달하는 롯데케미칼은 적자를 탈출하고 흑자전환 했지만 평년 수준인 2021년 2분기 영업이익이 594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합성고무 및 합성수지 매출 비율이 63.7에 달하는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443억원이나 감소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NB라텍스 수혜가 사라지고 중국에서 합성수지 신규 증설이 확대되며 이익이 감소한 영향으로 예상된다.

신사업 확대하는 석유화학업계
문제는 석유화학업계 사이클이 돌아올지 여부가 불확실 하다는 점이다. 석유화학업계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경기변동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된다.
게다가 국내 수출의 절반을 담당하던 중국이 석유화학 기초유분(에틸렌, 프로필렌 등) 자급률 100%에 가까워지며 국내 석유화학업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합성수지 또한 기초유분으로 제작해 중국으로의 수출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신사업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일찍이 전기차 사업 성장성을 보고 배터리 사업인 LG에너지솔루션을 키운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액 8조7735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LG화학 전체 영업이익의 75%에 달한다. LG화학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배터리 소재를 담당하는 첨단소재부문에서 분리막 양극재 등 영역확대를 지속 중이다. 지난해 미국 항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도 8000억원에 인수하며 생명과학부문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일찌감치 태양광 사업을 준비해와 향후 관련 사업으로 확장이 예상된다. 2분기에는 태양광 모듈 수익성을 연결 짓는 메탈가격의 하락으로 수익성이 약화됐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 보다 우월한 시장지위를 영위하게 되어 성장성이 기대된다.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배터리 등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부과되는 세액공제 혜택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도 동분기 279억원을 포함하는데 그쳤지만, 생산시설투자가 완성되는 2026년부터는 연간 1조원의 이익이 기대된다. 이외에도 수소연료전지 발전이나 전력거래 사업 등으로 영역이 확장 중이다.
지난해 롯데케미칼도 신사업 추진을 선언하며 M&A를 시작했다. 이차전지 배터리 음극재 핵심소재인 동박 제작 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전해액, 양극재 등 다른 소재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부생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과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블루‧그린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도입해 연료화 하는 방법 등도 준비 중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이차전지 소재 분야 쪽에서 사업 확장이 한창이다. 이차전지 전자 흐름을 돕는 탄소나노튜브(CNT), 전기차‧수소차에 적용 가능한 고기능성 특수합성고무(EPDM)의 신규 부품 개발, 무게가 가볍고 인장강도를 높인 NB라텍스 장갑, 고기능성 에폭시 수지, 불포화폴리에스테르레진(UPR) 등에 사용되는 수소화 HBPA(비스페놀-A) 사업 등이다. 시장 요구가 늘고 있는 CNT 생산량은 현재 연간 120톤에서 360톤으로 3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효성화학은 부채율이 1만%에 육박한 가운데 사업다각화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효성화학 측은 중국 수요회복 지연과 약세 시황 지속에 따라 전분기 대비 이익 저조했으나, 하반기 베트남 공장 가동률 안정화와 원자재 가격 안정화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으로 수익성 회복을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