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DB생명
출처=KDB생명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산업은행의 KDB생명 새 주인 찾기가 어느덧 ‘5수’에 접어들었다. 이번 매각에서는 대형 금융지주가 본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시도가 ‘4전 5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하나금융지주 KDB생명 매각 본입찰 참여… 5번째 매각 시도 성공할까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지난 7일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를 진행했다,

이번 매각 본입찰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3%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 65.8%,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26.93% 등 KDB생명 지분 92.73%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가로는 2000억원 규모가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매각 초기부터 원매자로 거론되기는 했으나 지난달 예비입찰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또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던 한국투자공사 출신이 설립한 PEF WWG, 보험사 경영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포진한 파운틴헤드프라이빗에쿼티 등의 경우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밖에 인수전 초반에 관심을 보였던 캑터스PE 역시 불참했다.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약 6500억원에 인수했다. KDB생명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만 세 차례에 걸친 매각 실패에 부딪혔다. 그러는 동안 유상증자 등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1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2019년부터 네 번째 매각에 공식 착수해, 2020년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드디어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JC파트너스가 법령상 금융기관 대주주 변경승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번으로 ‘5수’에 접어든 KDB생명 매각이지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매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선 올해 산업은행이 KDB생명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지난 5월 KDB생명의 2억달러 규모 외화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시기가 도래하자 차환발행분 전액을 산업은행이 인수했다. 이때 차환발행분의 규모는 약 2160억원 규모에 달했다. 또 지난달 KDB생명이 발행한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서도 지급보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년 당기순이익은 물론, 올해 1분기 순익 지표 역시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역시 매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지난달 8일에 주총에서는 오는 10일 기준 보통주 75%에 대한 무상감자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무상감자의 영향으로 KDB생명의 자본금은 4743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3557억원의 자본은 결손금을 털고 잉여금으로 남겨둔다. 특히 무상감자는 기존 4000억원대 였던 KDB생명의 몸값을 200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들어 KDB산업은행의 운용자산수익률이 높아지고 매물로서의 매력을 높이고 있어 이번 본입찰에서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보유계약 부담 있는 KDB생명… 매력 포인트 있을까

매각 조건에 대한 메리트가 상승한 KDB생명이지만, 생명보험사 매물로서의 메리트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의견을 보이는 이들은 KDB생명이 보유한 계약의 특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고금리 상품에 대한 계약을 여럿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품 계약의 경우 해지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책임준비금 규모나, 해지환급금 부담 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새 주인을 찾아간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 등과 달리 KDB생명의 경우 오랜 기간 국내에서 영업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과거 계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한 부담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본입찰에 참여한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매물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이지만, 모두 소형사에 불과해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하나생명의 자산은 약 6조원으로 22개 생보사 중 17위 수준에 불과하다. KDB생명을 인수해 합병이 이뤄질 경우 10위권 안으로 단숨에 도약이 가능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명보험업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KDB생명이 나쁘기만 한 매물로 보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기존 계약을 털어내기 힘든 구조라는 점은 분명 부담이지만, 온라인, 방카, GA 등 전체적인 채널 라인업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