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사비 상승률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게속 늘어나는 ‘눈덩이 분담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 저가로 수주했던 건설사들이 그동안 급증한 건축비를 분담금 인상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조합 측에 요구하고 있는데, 조합에선 이를 감안해도 인상률이 지나치단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갈등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7년 8월~2023년 4월 건설 공사 물가 추이. 지난 4월 건설 물가 상승률은 약 3%로 15%까지 치솟았던 2021년 말보다 급감했다.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통계청 자료 재가공)
2007년 8월~2023년 4월 건설 공사 물가 추이. 지난 4월 건설 물가 상승률은 약 3%로 15%까지 치솟았던 2021년 말보다 급감했다.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통계청 자료 재가공)

2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최근 철근 등 금속제 가격 상승률이 줄기 시작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 인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공사비 상승률도 안정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몇년 동안 오른 공사비를 제 때 반영하지 못한 탓에 최근 관련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건산연 측은 “지난 1~4월 공사비 상승률은 3~5%”라며 “이는 최근 3년(2020~2022년) 공사비 상승률인 20%보다 적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최근 3년 중에서도 2020~2021년에 공사비가 크게 뛰었다고 설명한다. 2020년엔 주택 시장이 호황기였고 이듬해엔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영향에 기본형 건축비가 인상된 영향까지 있었다. 반면 올해 공사비 상승률이 급감한 이유로는 물가 상승률 둔화를 꼽는다.

이처럼 올해 공사비 상승률이 큰 폭으로 내렸지만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선 시공사들이 그동안 오른 공사비를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을 통해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이 서울 강서구 등촌1주택재건축지역 조합에 공사비 인상률을 54.0%로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2년 4월~2023년 4월 철든 등 원자재의 비용 인상률 추이. 일부 자재를 제외하면 최근 하락세로 전환됐다. 자료=건자재
2022년 4월~2023년 4월 철든 등 원자재의 비용 인상률 추이. 일부 자재를 제외하면 최근 하락세로 전환됐다. 자료=건자재

업계에선 이런 사례가 주택 호황기였던 2021년까지 사업을 수주한 곳에 몰려있다고 말한다. 한 예로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조합(시공사 SK에코플랜트· 대우건설·GS건설)은 공사비 갈등으로 최근 연 회의에서 3사와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가 재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갈등이 불거진 배경으로 시공단 측에선 2021년 계약 당시(445만원)보다 공사비가 49%(661만원)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합 측은 여러 사정을 감안해도 이런 인상률이 지나치단 의견이다. 오른 공사비를 반영하면 한 명당 2억원에 이르는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해서다.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사진=성남구청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감도. 사진=성남구청

전문가들은 주택 호황기 때 무리하게 수주한 ‘덤핑 수주’가 공사비 갈등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정비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시기는 조합 설립이나 사업시행 인가 단계여서 2년 전 (당시 기준으로 저가에 해당하는 공사비인) 3.3㎡(1평)당 400만원대에 시공권을 수주한 건설사들이 있다”며 “이렇게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가격을 낮춰 입찰에 나섰다가 이게 사업비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자 조합에 비용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일부 사업장에선 공사비를 800만원대까지도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이 같은 공사비 분쟁은 지속될 것이고 정비 사업에 대한 시공사의 경쟁 입찰에서도 갈수록 적극성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며 “시공사를 선정할 때 유찰을 거듭하는 사업지도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