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집값 양극화.’

현재의 국내 부동산 시장을 놓고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정말 그럴까. 부동산 시장은 움직이며, 진단하는 시점과 지역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과거 10년간 전국의 아파트값이 1.7배 오르는 동안 강남 11개구는 2.4배 올랐다. (KB부동산, 전월 기준)

강남4구로 좁히면 이 지역은 지난달 집값이 11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강서(-0.48%)와 금천(-0.40%)·광진(-0.37%)·강북(-0.31%)·도봉(-0.29%) 등 다른 구는 하락세가 이어져 서울 전체를 기준으로 0.11% 떨어졌다.

이처럼 현재 주택 시장 흐름은 ‘강남권-비강남권 간 양극화’가 맞다.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등 각 분야 5명의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강남권 집값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강남권 집값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왜 서울 일부 지역만 집값 상승하나

전문가들은 ‘집값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엔 규제 완화와 미분양 등 다양한 이유를 내놨다.

송 소장은 “올해 주택시장은 지역별 격차가 여전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가격 회복세는 뚜렷해질 것이지만 전국적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할 것이다. 전국 집값의 저점은 올해 하반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3구 등도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금리가 정체돼 있고 하반기 국내 경제 성장률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거시적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집값에 하방 압력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이에 강남3구 등의 집값 반등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올 초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일부 나타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단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5명 중 2명은 지역별 차이가 나타나는 가운데 미분양 적체때문에 지역별 편차가 있는 가운데서도 전국 집값은 당분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건설사(GS건설) 연구원 출신인 지규현 한국주택학회 고문은 “세부 지역별로는 일시적으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면서도 “구조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전국 집값이 바닥을 치길 바라기엔 이 물량이 급감할리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신규 분양 시장에서의 위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집값이 특별히 반등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최소한 2년 동안은 조정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규제 지역 해제, 1‧3 대책, 공시 가격 하락,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등)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로 집값의 낙폭이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고 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수요자들의 차익에 대한 기대 심리 저하 등의 영향으로 대기 수요가 남아있는 지역 위주에 제한된 시장 회복이 예상된다. 거래량은 당분간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 포크레인 등이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진 강남권의 공급 물량이 적지 않지만 하반기부턴 다시 부족해져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 포크레인 등이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진 강남권의 공급 물량이 적지 않지만 하반기부턴 다시 부족해져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이혜진 기자

“DSR 규제 완화 없인 비강남권 집값 계속 약세”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도 지역에 따라 집값 추세에 차이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비강남권은 약세, 강남권은 강세를 보일 것 같다”며 “비강남권은 대출(특례보금자리론) 제한과 여전히 높은 금리때문에 매수세 유입이 쉽지 않지만 강남권은 오히려 초고가 대출규제를 완화해 매수세가 다소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중 은행의 금리가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수요자가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향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비강남권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에선 올 하반기부턴 강남권의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해져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겠지만 수요자의 구매력이 집값에 비해 낮아 전국 집값이 약보합권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는 강남에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아 공급 부족에 대한 언급이 되지 않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 물량 감소에 대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라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래도 오름 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다. 부동산 호황기 땐 금리가 워낙 낮아 주담대(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대까지 내려갔는데 향후 금리가 그 때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서 현재 수요자들은 예전과 같은 구매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현재 시장 상황은 데드캣 바운스(대세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나는 일시적인 반등)이며 하반기 집값은 약보합권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