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4 사진=최동훈 기자
폭스바겐 ID.4 사진=최동훈 기자

폭스바겐이 한국에 첫 순수전기차 모델인 ‘ID.4’를 출시해 수입차 고객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ID.4로 기존 모델과 다른 실내 구성과 각종 첨단사양을 적용해 한국 고객에게 새로운 이용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ID.4의 측면부.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측면부.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후면부.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후면부. 사진=최동훈 기자

스틱으로 기어조작…실내구성 새롭지만 금방 적응

폭스바겐 ID.4의 2022년식 프로(PRO) 트림을 시승했다. ID.4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디자인을 실내외 곳곳에 적용해 내연기관차와 다른 감성을 불어넣었다. 그릴이 없는 전면부에 고유 형태의 패널과 헤드램프, 인테이크 그릴 등을 적용하고 측면부와 후면부에 단순하면서도 포인트를 갖춘 디자인을 적용했다.

ID.4의 1열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1열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인테리어에는 매끄러운 알루미늄 소재와 가죽, 엠비언트 라이트 등에 각종 색상이 적용돼 세련됐으면서도 첨단 기기 같은 모습을 형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어 노브가 스틱(칼럼) 형태로 바뀌어 핸들(스티어링 휠) 앞 계기반 측면에 부착된 점이다.

ID.4의 전동식 스티어링 칼럼.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전동식 스티어링 칼럼. 사진=최동훈 기자

해당 장치(전동식 스티어링 칼럼)는 와이퍼나 헤드램프 등을 조작할 때 사용하는 스틱의 끝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차량과 다른 사용방식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금세 익숙해진다.

기어노브가 있던 자리에 길쭉한 수납공간이 있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센터콘솔이 없지만 1열 좌석에 팔 받침대가 각각 부착돼 팔을 편하게 올려놓으면 된다. 기계장치를 최소화하고 전동 장치를 추가해 전기차로서 면모를 더욱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5.3인치 계기반(클러스터)과 12인치 중앙 스크린이 장착된 점도 새롭다. 골프 같은 폭스바겐 소형차에 10.23인치 면적의 클러스터가 적용된 점에 비하면 ID.4의 장치가 작은 편에 속한다. 다만 손쉽게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기차 전용 내부 구성을 갖추고 있어 조작하기 편하다. 기능에 초점 맞춘 클러스터와 중앙 스크린은 폭스바겐의 한국 첫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금방 차량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요소 중 하나다.

ID.4의 2열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2열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전기차로서 실내 공간을 내연기관차보다 더욱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열에 앉았을 때 머리공간(헤드룸)이 넓게 남는다. 2열 시트 등받이를 앞으로 접었을 때 트렁크 바닥(플로어)과 매끄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차박 등 실내활동을 즐길 때 도움된다. 누운 2열시트 등받이 상단부와 트렁크 도어 경첩 부위까지 길이는 155㎝에 달한다. 적재용량은 트렁크 543L, 2열시트 폴딩 시 1575L 등에 달한다.

ID.4의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었을 때 조성되는 실내공간의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었을 때 조성되는 실내공간의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페달·핸들 묵직…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성능 개선

ID.4는 각종 장치 덕분에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핸들(스티어링 휠)이 묵직하게 돌아가고 두 페달도 힘을 약간 강하게 들여야 밟히기 때문에 차량이 급격히 움직이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좀 더 깊이 밟으면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량이 멈춰 서 있는 오토홀드 기능을 손쉽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심 주행 중 정지 신호를 만날 때 기어를 조작할 필요 없다.

ID.4의 1열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1열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주행 중 이용 가능한 각종 첨단 사양도 운전편의를 지원한다. 첨단 사양 중 하나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면 옆 차가 차선을 절반쯤 넘어왔을 때 이를 감지한 뒤 속력을 차량 스스로 줄인다. 옆 차가 차선을 완전히 넘어왔을 때 감속하는 수준의 기능이 현재 업계에 보편화한 점을 고려할 때 진일보한 성능이다.

ID.4의 운전석 레그룸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ID.4의 운전석 레그룸 전경. 사진=최동훈 기자

전진하던 중 전동식 스티어링 칼럼을 위쪽으로 돌릴 때 전환할 수 있는 주행모드인 비(B) 모드는 차량의 전력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도록 기능한다. B모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차량의 움직이는 힘 일부를 전력으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회생제동 기능을 더욱 강하게 활성화시킨다. 일반 주행(D) 모드로 했을 때보다 차량이 더 강하게 감속하고, 그만큼 배터리를 더 많이 충전시킨다.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이 통상 스티어링 휠 앞쪽 좌우에 부착한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 기능의 강도를 조작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불편하다. 회생제동 강도도 한 단계 강하게 조작할 수 있는 점도 타사 모델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다만 조작 과정에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페달 대신 칼럼을 조작해 수시로 감속하고 다시 D모드로 가속하는 등 효율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

ID.4에 장차된 피렐리 스콜피온. 사진=최동훈 기자
ID.4에 장차된 피렐리 스콜피온. 사진=최동훈 기자

한 번에 530㎞ 이상 주행 가능

ID.4로 한번에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는 공인 수치(복합 405㎞)에 비해 훨씬 긴 것으로 파악됐다. ID.4를 타고 경기 남양주시에서 출발해 양평군을 지나 청평군까지 40㎞ 정도 거리를 달린 뒤 전비(전기차의 연비)를 측정했다. 이른 시간이라 교통량이 적었지만 가파른 고개를 자주 오르내리고, 국도에서 정지신호나 과속방지턱 등을 만나 수시로 속력을 낮추거나 멈췄다.

이 때 기록한 연비가 1㎾h당 6.5㎞에 달했다. ID.4에 장착된 배터리의 용량이 82㎾h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번에 533㎞까지 달릴 수 있는 수준의 전비다. ID.4는 국내 당국 인증 결과 복합 기준 전비 4.7㎞/㎾h, 주행거리 405㎞ 등 수준으로 인증됐다.

ID.4에 장착된 파노라믹 썬루프. 사진=최동훈 기자
ID.4에 장착된 파노라믹 썬루프. 사진=최동훈 기자

폭스바겐은 지난달 말 출시한 2023년형 ID.4의 배터리 용량을 그대로 두고 성능을 개선해 전비와 주행거리를 5.1㎞/㎾h, 440㎞ 등 수준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중 주행거리와 전비 등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일부 금액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새롭게 도입된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성능별 보조금의 절반만 수령할 수 있는 가격대인 ‘5700만원 이상 8500만원 미만’에 포함돼 가격 경쟁력을 잃을 전망이다. 2023년형 ID.4의 트림별 가격은 프로 5990만원, 프로 라이트 569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이 중 기존 모델과 같은 프로 트림의 가격은 500만원 인상됐다.

ID.4에 탑재된 지능형 헤드램프인 IQ.라이트. 사진=최동훈 기자
ID.4에 탑재된 지능형 헤드램프인 IQ.라이트. 사진=최동훈 기자

두 트림 중 전조등을 일반 LED 헤드램프로 갖추고, 수동으로 열고 닫는 트렁크 도어 등을 적용하는 등 사양 수준을 하향 조정한 프로 라이트 트림의 고객은 성능별 보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