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에서 연이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동맹군 삼성전자와 미묘한 간격이 벌어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당했고 퀄컴은 최근 역대 최대 과징금을 받았다. 화웨이는 국가정보원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 분쟁을 치르며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반면 애플은 애플페이 출시를 기점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애플에도 상당한 압박이 벌어지고 있으나, 한국 내 문제제기가 벌어지면 "그래서 어쩔건데?"라며 깔끔히 무시해버리는 애플 특유의 '배째라' 전략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 고난의 행군
구글은 최근 역대급 위기와 직면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의 GPT 기반 챗GPT를 자사 포털인 빙에 지원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던 검색엔진 시장의 장악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람다 기반의 바드를 출시하며 AI 전쟁에 맞서고 있으나 화제성 측면에서 MS에 철저히 밀리고 있다.
물론 구글이 당장 검색엔진 시장의 패권을 빼앗길 가능성은 낮지만 위기감 자체는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말이 나온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챗봇과 포털의 시너지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빠르게 AI와 포털의 결합을 꾀할 것이라 주장한 배경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연내 AI와 포털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마자이의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도 고난의 연속을 걷고 있다.
먼저 시장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챗GPT와 연결된 MS의 빙을 스마트 디바이스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차용하는 것을 고려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결별하고 빙을 택할 경우 구글의 모바일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30억달러의 계약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애플과의 200억달러 규모 계약을 앞 둔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도 펼쳐질 수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동맹을 구축하며 삼성전자를 하드웨어 동맹의 최대 우군으로 대우했으나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독립을 추구할 낌새라도 보일 경우에는 가차없이 진압했던 바 있다.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바다 및 타이젠 운영체제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나서 노골적인 견제구를 던지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측면서 MS 빙이라는 대안을 타진하자 구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구글이 폴더블 스마트폰 제작을 시사하는 것도 이러한 삼성전자와의 신경전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도 받았다. 실제로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LCC와 구글 코리아, 구글 아시아 퍼시픽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과징금 421억원(잠정)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한국 게임사들이 콘텐츠를 출시할 때 원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동시에 이용할 수 없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다.
앱마켓 시장 공정경쟁에 대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정위 발표가 나온 직후 원스토어가 구글을 향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유용 논란도 터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구글의 패배다. 구글이 미국 당국에 한국 이용자 정보를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에서 2심 재판부는 구글의 손을 들어줬으나 13일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환송시켰기 때문이다.

역대급 과징금 받은 퀄컴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의 강자이자 스냅드래곤 시리즈로 유명한 퀄컴도 한국에서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외 2개 계열회사가 제기한 상고심(2020두31897)에서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공정위 일부 승소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2017년 1월 퀄컴을 대상으로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조 31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퀄컴이 불복해 항소했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공정위가 부과한 1조원 과징금은 최종 확정됐다. 1조원 과징금 부과는 역대 최고액이다.
공정위가 퀄컴에 대해 문제삼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경쟁 모뎀칩셋 조제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칩셋 제조·판매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s)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한 것이다.
칩셋 공급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하여, 휴대폰 제조사에 대해 칩셋 공급을 볼모로 FRAND 확약을 우회하여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 체결ㆍ이행을 강제한 것, 나아가 휴대폰 제조사에게 포괄적 라이선스만을 제공하면서 정당한 대가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하는 한편, 휴대폰 제조사 특허를 자신에게 무상으로 교차 라이선스 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핵심은 두 번째 FRAND 확약에 대한 해석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을 담은 FRAND 확약을 어겼다고 보며, 약 2만5000개의 표준필수특허를 가진 퀄컴이 이를 무기로 삼아 시장에 명확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퀄컴은 공정위의 판단을 두고 특허 라이선스 모델에 대한 몰이해를 주장하며 "특허 라이선스의 기반인 연구개발은 시장 전체에 오히려 순기능을 제공한다"고 맞섰다.
여기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에 대해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한 것에 이어 퀄컴이 FRAND 확약을 어겼다고 봤다. 결국 이 대목에서 퀄컴의 과징금 처분이 정당했다는 판단이다.
퀄컴 입장에서 보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먼저 이번 논쟁을 '한국의 규제 기관 VS 퀄컴'의 프레임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분쟁은 표면적으로 한국의 규제 기관이 시장지배자적 위치인 퀄컴에 제동을 건 사례지만, 퀄컴과 라이선스 파트너로 활동하는 많은 제조사들이 '반' 퀄컴 연대에서 활동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포인트다.
이들은 퀄컴의 라이선스 비즈니스에 의존하면서도 로열티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흔들고 싶어 했다. 특히 인텔의 경우 공개적으로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비판했으며, 이에 퀄컴이 "입증되지 않은 사실에 불과하다"며 날을 세우는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된 바 있다. 이번 논란 자체에 정치적인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특허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남았다. 2017년부터 시작된 애플과 퀄컴이 벌였던 역대급 특허소송에서도 확인됐지만, 당시 애플이 퀄컴에 사실상 백기투항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기준) 측면의 특허 라이선스 모델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된 상태다.
물론 이 문제는 시장지배자적 위치에 무게를 두느냐, 라이선스 모델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판단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특허 라이선스 모델은 필요악처럼 시장지배자적 위치를 노릴 수 밖에 없으며, 이를 건강하게 견제하지 않고 무작정 압박하는 것은 업계 전반의 퇴행을 끌어낼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에 이번 판단이 외국계 기업에 대한 감정적 대응 논란 등은 시장 전체에 불씨로 남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퀄컴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퀄컴은 한국 및 파트너들과 오랜 비즈니스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중매(雪中梅) 화웨이, 버틸 수 있을까
화웨이도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연이은 수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글로벌 시장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웨이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21조4781억원, 순이익 6조73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0.9%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무려 68.7%나 감소했다.
화웨이의 통신 매출은 약 53조7129억원, 엔터프라이즈 매출은 약 25조1921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신 매출의 경우 전체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으며 B2B를 중심으로도 견고한 기초체력을 보여줬다. 클라우드 등 전략 사업도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B2C로 여겨지는 컨슈머 비즈니스는 약 40조5683억원 매출에 그쳤다. 전년 대비 11.9%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극적으로 줄었으나 아직은 타격이 크다.
화웨이는 총력전을 벌인다는 각오다. 연구개발 중심의 기반 인프라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화웨이의 지난해 연구개발 지출액은 연간 매출의 25.1%를 차지하는 약 30조5444억원에 달하며 지난 10년 간 전체 연구개발 지출액은 무려 184조8367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상하이 지아통대학에서 열린 좌담회에 참여한 런정페이 창업주는 "화웨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20년간 기초 이론 관련 준비를 했고, 거액을 들여 기초 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과는 나오고 있다. 미 CNBC는 최근 화웨이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14나노 반도체 설계장비 자체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비록 14나노 반도체 설비는 최신 설비가 아니지만, 미국 설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런정페이 창업주의 딸이자 미국의 압박으로 캐나다에 억류되기도 했던 사브리나 멍(Sabrina Meng) 화웨이 순환회장은 화웨이를 매화에 비유하며 "압박이 있을수록 우리는 강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고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도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사실상 B2C 사업은 힘을 쓰지 못하는데다 주력인 B2B 통신 네트워크 사업도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중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조건부 제공 가능성을 내비침과 동시에 대만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긴장은 결국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로 인해 생긴다”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사이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이 발끈했다. 당장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물러나지 않았다.중국 당국의 발표를 두고 "외교적 결례"라는 표현을 쓰며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한편 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했다. 그러자 중국 친강 외교부장은 21일 란팅포럼에 참석해 "공정한 태도를 보인 사람들은 누가 패권적인 괴롭힘에 관여하고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과 함께 현상유지를 방해하려는 소수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에서 불장난하는 사람은 결국 불에 타 죽을 것”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처럼 한중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중국 기업이자 미중 패권전쟁의 직접적 충돌권에 있는 화웨이의 한국 사업 영역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외교 정상화에 나서는 한편, 윤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 국빈방문에 나설 방침이다. 뚜렷한 전선의 구분이 벌어지며 한중관계가 더욱 얼어붙으며 화웨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원이 화웨이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공공기관이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시게이트가 수출 규제를 어기고 화웨이에 11억 달러 당의 하드디스크를 공급해 3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상태라 시기적으로 더욱 미묘하다는 평가다.
결국 미중 패권전쟁의 영향이다. 미국 당국이 화웨이 제품에 대한 강력한 수출제한조치를 건 후 국제사회가 동참하는 가운데 이를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자는 취지다. 소위 백도어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화웨이 통신장비는 소위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화웨이 스스로가 5G 등 네트워크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화웨이 백도어 의혹 제기도 몇 년이 지났으나 그 실체가 나오지 않는 중이다. 기술비전 측면서 화웨이 배제가 과연 옳은 일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바이트댄스의 틱톡을 둘러싸고 백도어 문제가 제기되는 등 중국 서비스 플랫폼 전반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화웨이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 지원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많은 나라를 유혹하는 중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21일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3(Huawei Global Analyst Summit 2023·HAS 2023)에서 ‘지능형 세상으로의 전진(Striding Towards the Intelligent World)’을 주제로 세션을 열어 디지털 전환 지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우군 만들기의 일환이며, 이 지점에서 리스크를 멀리하 되 실질적인 과실을 챙길 수 있는 균형잡힌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법정 공방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지루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큰 틀에서의 문제는 망 이용료 분담에 대한 이견이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의 분쟁이 진행되던 중 넷플릭스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안이 나오기 전인 2020년 4월 SKB에 소를 제기하며 사태가 심각해졌다.
넷플릭스는 CP가 망 이용료를 ISP에 제공하는 현실이 왜곡되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ISP가 당연히 망의 운영을 위한 책임을 지고, CP는 양질의 콘텐츠를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책임을 지는 상태에서 ISP가 CP에 망 이용료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SKB도 반격했다. 반소를 제기하며 적극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나아가 넷플릭스가 현재 미국, 프랑스 등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며 '왜 한국은 거부하는가'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양측의 여론전도 불을 뿜었다. 지난해 2월 MWC 2022에서는 GSMA 의장사이기도 한 KT 구현모 당시 대표가 한국 기자들과 만나 GSMA 차원의 망 이용료 정책 가이드 라인을 수립하는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무임승차 방지법'이 대거 발의되며 SKB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이런 가운데 2021년 6월, 우여곡절 끝에 1심 재판은 SKB의 승소로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2021년 6월 25일 넷플릭스의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B를 대상으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전선은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해 10월 구글이 넷플릭스의 손을 잡고 대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구글은 자사 채널과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망 이용료 부과 법안에 반대하는 서명을 광고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부사장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국회에서 추진되는 무임승차 방지법을 겨냥해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 야당이 넷플릭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변수까지 있었다.
시간이 흘러 올해 초 MWC 2023에서도 양측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특히 망 이용료 분쟁에 있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유럽 ICT 공습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사안을 지켜보던 유럽연합이 돌연 입장을 선회한 것이 변곡점이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망 이용료 문제를 두고 '공정 가치'에 주목했다. 공정한 경쟁을 우선시하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중립에 가까운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근 기가비트 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을 준비하며 CP인 빅테크의 망 이용료 분담을 촉구하는 중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일이다.
실제로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2월 27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망 이용료 문제를 두고 '공정 가치'에 주목했다. 공정한 경쟁을 우선시하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중립에 가까운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심지어 미키 아드리안센스 네덜란드 장관은 "소비자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비아플레이,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및 동영상 서비스에 가입할지 여부를 선택하고 이를 위해 통신 사업자에게 구독 비용을 (별도로) 지불한다"면서 사실상 기가비트 연결법을 매개로 망 이용료 공세를 펴는 유럽연합의 기본 방침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GSMA 이사회 의장인 호세 마리아 알바레스 팔레트 로페즈 CEO도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의 주장인 '공정 이용'을 언급하며 일부 찬성하는 스탠스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기세가 올랐다. '적 진영 한복판'일 것으로 여겨졌던 MWC 2023 현장이 의외의 정국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당장 공동 CEO 그렉 피터스(Greg Peters)는 현장 기조연설에서 CP가 망 이용료를 분담할 경우 콘텐츠에 대한 투자 감소, 창작 커뮤니티의 발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 본래의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망 이용료 분담이 이중요금제 도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는 “유럽 소비자 단체연합인 ‘BEUC(European Consumer Organization)’가 지적한 것처럼 (CP의 망 이용료 분담을 촉구하는) ISP의 행동이 소비자들을 위한 더 낮은 가격, 혹은 더 좋은 인프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물론 현장의 많은 유럽 통신사 CEO들은 CP의 망 이용료 부담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유럽연합의 기조 변화는 망 이용료 분쟁에 있어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이 기가비트 연결법을 추진하며 CP의 목소리를 일부 담아내기 위해 정무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망 이용료 분쟁의 승기 자체가 CP에 쏠리고 있다는 극단적인 반론도 제기된다.
이러한 흐름은 넷플릭스의 한국 내 망 이용료 분쟁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3월 29일 양측의 8차 변론기일은 일단 새로울 것이 없었다. 2018년 5월 SKB의 요청으로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이 시작된 가운데 이에 대한 정산 합의 여부 및 정산의 정당성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일단 알려진 바에 의하면, 넷플릭스가 2016년 첫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미국 시애틀 IXP(인터넷교환지점)인 ‘SIX’를 통해 망 접속이 이뤄졌으며 이는 퍼블릭 피어링이었다. SKB의 네트워크는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즉 오픈커넥트와 시애틀에서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인기가 올라가며 트래픽이 폭증,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하기 어려워지며 시작됐다. 그 결과 2018년 5월부터 일본 도쿄 IXP ‘BBIX’ 피어링을 하기 시작했다. 전용망으로 비유할 수 있는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이 트래픽 소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견이 갈린다. '누가 프라이빗 피어링을 요청했는가' '무정산을 합의했는가' 등에 대한 이견을 두고 지루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한국에서의 법정 공방과 별도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18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한 가운데 1분기 가입자 순증은 175만명이며 매출은 8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모두 저조하다. 월가의 1분기 가입자 순증은 230만명이었으며 매출 전망치는 81억8000만달러였다.
결국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3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 중남미 3개국에서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시작한 후 캐나다 등으로 확대했으나 그 성과가 미비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계정 공유 유료화는 '공짜손님'을 쫒아내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독이 든 성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가입자 순증이 낮아지는 등 기초체력이 약해지는 현재, 무작정 계정공유 유료화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보인다.

빙긋빙긋 애플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수난사가 심해지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애플은 무풍지대다.
아이폰 생태계가 강력해지고 있다. 전국 LG전자 매장에서 아이폰 판매를 시작하며 가전제품의 LG전자 백색가전과 애플 아이폰의 시너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여세를 몰아 애플스토어 숫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2018년 1호점인 가로수길점, 2020년 2호점인 여의도점, 2022년 4월 3호점인 명동점, 9월 4호점인 잠실점을 열었으며최근에는 5호점인 강남점도 열었다. 연내 홍대점도 문을 열 것으로 보여 한국의 애플스토어는 총 6개점이 될 전망이다.
3월 출시된 애플페이도 '충실한 길잡이' 현대카드의 손을 잡고 폭풍확장중이다. 현대카드는 독점적 지위까지 포기하면서도 애플페이를 위한 NFC 무상지원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물론 애플도 공정위 등으로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그 파급력은 미비하다.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소위 뭉개기 전략에 나서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대부분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지만 애플의 경우 선을 넘겼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다만 최근 한국 시장을 철저히 무시하던 상황에서 조금씩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애플이 돌연 '친절해질 수 있다'는 말도 일각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