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해오는 경쟁 상대를 따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추격 이상으로 멀리 달아나는 것이다. 미래 OLED 시장의 주도권도 이와 같다. 중국이 우리를 매섭게 추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현격한 ‘기술 격차’가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에는 중국이 따라 오는 것 이상으로 OLED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것이 과제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대형 OLED 기술 격차를 4년에서 6년, 중소형 OLED의 격차를 2년 정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에게는 첨단 미래 산업과의 접점이 넒은 OLED의 특성을 활용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확장현실(XR)에 OLED를
OLED로 노릴 수 있는 미래의 기회들 중 하나는 바로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이다. 확장현실은 360도 영상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새로운 현실을 경험하도록 하는 기술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과 실제사물 위에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정보와 콘텐츠를 표시하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의 개별 또는 혼합 활용을 자유롭게 선택해 각 경험이 제공하는 현실보다 더 확장된 현실을 창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XR은 애플·삼성전자·소니 등 글로벌 전자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로 추후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2월 발표한 ‘XR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XR 시장규모(기기 출하량 기준)는 2021년 1100만대에서 2025년 1억5000만대까지 약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칸 차우한(Karn Chauhan)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XR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시장은 2025년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다른 브랜드, 특히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시장참여를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XR 기기는 사용자의 눈과 화면 거리가 매우 짧기 때문에 근거리에서도 위화감 없는 화면을 위해 최신 스마트폰의 750PPI(해상도 단위)보다 4배 이상 높은 3000PPI의 초고해상도를 구현해야 한다. 그렇기에 XR 화면의 픽셀(화소 단위)은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 크기의 미세 단위로 구성해야 하는데, 이를 실현하는 기술이 바로 차세대 OLED 기술인 ‘마이크로(Micro) OLED’다. 유리소재기판으로 제조하는 기존 OLED 기술로는 XR이 요구하는 미세 화소를 구현할 수 없다. 마이크로 OLED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RGB OLED 픽셀을 증착하는 미세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XR은 하드웨어 그 자체만으로도 산업이지만, 활용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국내 OLED 기업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비대면 교육과 헬스케어, 제조업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OLED, 이동수단 혁신의 핵심
미래형 이동수단은 세계 산업계가 관심을 가지며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단순한 이동 목적을 넘어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이동수단의 구현을 위해 세계 첨단기술 기업들이 뜨겁게 경쟁하고 있다. OLED는 미래형 이동수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OLED는 폴더블과 롤러블, 투명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으며 한국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형 이동수단에서 창문은 첨단 기능을 적용한 투명 OLED로 대체할 수 있으며,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이동수단 내 인포테인먼트를 구현하는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외에 철도와 항공기 같은 대형 이동수단에도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래형 이동수단의 이용자들은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는 동시에 운행 정보와 일기예보, 뉴스 같은 생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유명 랜드마크나 관광명소를 지날 때 차량 내 OLED 디스플레이의 증강현실로 시간과 장소에 적합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즉 OLED를 통해 제공하는 이동수단 내 새로운 경험이 다양한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OLED 초격차’ 전략
삼성디스플레이(이하 삼성)와 LG디스플레이(이하 LG) 같은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OLED 시장에서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초격차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4월 4일 4조1000억원의 투자를 결단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이번 투자를 통해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8.7세대 IT용 OLED 라인을 새롭게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울러 삼성은 세계 최대의 OLED 수요처인 애플의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2024년 출시예정인 애플 맥북 에어 전용 11인치·13.3인치 OLED 디스플레이 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석 삼성 상무는 지난해 4월 개최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서의 OLED 이노베이션’ 행사에서 중소형 디스플레이 전략을 발표했다. 최 상무는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400~500PPI를 넘어 향후에는 1000PPI를 웃도는 초현실 디스플레이가 표준이 될 것”이라면서 “고해상도 스마트폰과 TV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고해상도 노트북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역시 OLED로 차세대 이동수단 디스플레이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TV와 스마트폰 같은 기존 제품 범위를 넘어 다양한 이동수단 산업 분야로 OLED를 확대 적용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이미 다양한 영역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항공 솔루션 업체 ‘로젠에이비에이션(Rosen Aviation)’은 LG의 65인치와 77인치 OLED 패널을 탑재한 항공기 객실을 2023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항공 솔루션 업체 ‘제트 에이비에이션(Jet Aviation)’도 객실 창문 상단 벽면에 55인치 커브드 OLED를 설치한 VIP용 전세기를 발표했다. 해당 디스플레이 패널 역시 LG가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는 ‘수주형 사업’의 한 축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 확대를 위한 P(플라스틱)-OLED와 OLED와 버금가는 첨단 LCD인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에도 박차를 가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천문학적 자본을 들여서 시도한 ‘반도체 굴기’에도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 것처럼 우리의 OLED 역시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으로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면서 “첨단 산업과 연결된 OLED 디스플레이 제품의 출시를 통한 시장 선점에는 더욱 속도가 붙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정부는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는 업계의 순환구조가 빠르게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