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마이클 베크리, 할브랜즈 지음, 김종수 옮김.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이 우리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포위·탄압을 시행해 우리 경제에 전례 없이 심각한 도전을 안겨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개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졌음을 보여준다.
미중 대결을 다룬 대부분의 책들은 ‘향후 한 세기 동안 펼쳐질 미중 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는 이런 통념을 반박한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2030년까지 초단거리 전력 질주 경쟁에 돌입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이 10년간의 ‘가장 위험한 구간(Danger Zone)’에서 빚어지는 경쟁결과에 따라 완전히 다른 국제 질서가 펼쳐질 것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이런 전제 하에 저자는 ‘단 하나의 초강대국’이 되고자하는 중국의 야망과 현실을 분석하고 그 야망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제시한다.
중국의 기적을 만든 다섯 가지 요소와 사라지는 행운
중국은 1970년대 초부터 뜻하지 않게 얻은 다섯 가지 요소가 결합하면서 큰 혜택을 누렸다. 그것은 ▲전에 없이 호의적인 지정학적 환경▲경제개혁에 열성적인 지도부▲1인 통치를 희석시키고 전문관료의 권한을 강화한 제도 변화▲사상 최대의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효과▲풍부한 천연자원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은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했던 여건들이 악화돼 왔다.
첫째, 한 자녀 정책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중국이 다음 30년에 걸쳐 지출해야 할 노령화 비용은 GDP의 10%에서 30%로 세 배가 늘어나야 한다.
둘째, 난개발로 인해 자원도 부족해지고 있다. 중국의 하천수 절반과 지하수 90%는 음용하기에 적합지 않고 2008년부터는 곡물 순수입국이 됐다.
셋째, 제도적 장점도 붕괴하고 있다. 시진핑 치하에서 중국은 신전체주의로 회귀하고 있고, 이러한 제도적 퇴행은 경제 성장의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시진핑은 주요 위원회를 총괄하는 '만물의 주석(chairman of everything)' 지위에 올랐다.
넷째, 지정학적 환경도 적대적으로 변화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방세계는 중국의 급부상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식 성장 모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경제가 부채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상위 1000대 기업 중 약 4분의 1이 벌어들이는 총수입보다 지급해야 할 이자 부담이 더 크다. 중국은 3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있으나 이는 중국 총부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몰락하는 강대국의 위험
1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과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은 신흥강국이었다. 그러나 그 절정의 순간에 독일과 일본제국의 지도자들은 미래를 불안해하기 시작했고 그 불안의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시도가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전전의 일본처럼 중국도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중국은 탈출하기가 극히 어려운 장기간의 경기 둔화에 대처하고 있으며, 중국의 진출을 방해하려는 일단의 경쟁자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현상을 변경하려 할 경우 가장 유력한 목표는 대만이다. 중국은 2020년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것으로 대만에 평화적 설득의 시기가 끝났음을 보여 주었다.
미국이 냉전에서 얻은 교훈
첫째, 가차 없이 우선순위를 정하라. 트루먼이 한국 전쟁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남한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공산주의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면 보다 중요한 지역에서 미국의 신뢰가 산산조각 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둘째, 전략적 목표와 전술적 민첩성을 결합하라.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는 목적 없이 방황할 시간이 없다.
셋째, 약간의 공세는 최선의 방어책이다. 위험 구간 전략에는 적의 약점을 찌르거나 균형을 깨뜨려서 적에게 공세를 취하는 것이 포함된다.
넷째, 위험 구간 전략은 장기전으로 끌고 가서 결국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다.
대만 구하기 전략
첫째, 미 국방부는 대만해협의 국제 수역이 침공군에게 죽음의 덫이 되도록 바꿔 놓음으로써 중국이 대만 침공으로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중국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대만과 주변 해역의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해야 하는 반면에, 미국은 중국이 그런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막기만 하면 된다.
둘째, 미국이 전쟁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기지, 통신 설비, 보급망 등을 신속하게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 미국은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유지하고 있는 동맹국을 위한 전쟁예비물자비축계획(War Reserve Stocks for Allies)이 그 본보기다.
넷째,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요소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은 일본 최남단 류큐제도에 공동으로 미사일 발사기지를 세워야 한다.
다섯째, 미국은 중국의 군용 통신 시스템을 방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1979년 베트남 침공 이후에는 주로 자국민을 살해하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전시의 압박감 속에서 지휘 통제 과정을 제대로 시험해 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중국으로 하여금 대만 전쟁이 길어질 뿐 아니라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2030년대의 중국
첫째, 중국의 인구 위기가 심화될 것이다.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중국에서는 약 7000만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1억3000만 명의 노령 인구가 새로 추가될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주도 성장과 소비주도 성장이 모두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수출주도 성장만이 남게 된다.
둘째, 2010년대에 중국 정부는 150개가 넘는 국가에 차관과 무역신용의 형태로 약 1조 달러를 나눠 주었다. 그러나 차관의 대부분이 정정이 불안한 국가에서 재정적으로 수상쩍은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주는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상환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 스스로도 남아시아에 투자한 금액의 80%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한 금액의 50%, 중앙아시아 지역에 투자한 금액의 30%를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셋째, 중국은 권력 승계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시진핑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비만한 흡연자인 데다 2033년에는 80세를 넘기게 된다. 최소한 2030년대 초에는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자리다툼을 시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