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진 인천 미추홀구의 예상 피해액이 1500억원을 넘어섰다. 예상 피해액은 경매로 넘겨진 주택 수를 기준으로 추산됐는데 향후 경매에 넘어갈 세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피해액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게 피해자 단체 측 분석이다.

1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로부터 입수한 자체 실태조사 자료(지난달 26일 기준)에 따르면 이 지역의 '나홀로 아파트(1~2개 동으로 구성)'와 도시형생활주택(전용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예상 피해 금액(확정된 피해액+확정되지 않은 피해액)은 약 1577억원이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위치한 한 '나홀로 아파트'가 한쪽으로 기운 채 위태롭게 서 있다. 이 아파트는 최근 보수 공사를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위치한 한 '나홀로 아파트'가 한쪽으로 기운 채 위태롭게 서 있다. 이 아파트는 최근 보수 공사를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대책위 관계자는 "정부에 피해 현황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답이 없어 지난해 말부터 직접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세대들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해 추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중 확정된 피해액(대책위에 가입된 431세대에 세대별 전세 보증금 피해액을 곱한 값)은 359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세대별 전세 보증금 피해액은 대책위에 가입된 세대여야 알 수 있는데 이런 세대는 전체 피해 세대(경매로 넘겨진 곳) 중 5분의 1에 그쳐 총 예상 피해액 가운데 확정된 피해액보다 확정되지 않은 피해액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확정된 피해액을 기준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대표적인 구시가지인 숭의동(약 210억원)이다. 이어 ▲도화동 92억원 ▲주안동 5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미추홀구의 한 부동산 사무소 관계자는 "미추홀구가 인천의 다른 지역보다 부동산 가격이 낮은데 미추홀구에서도 숭인동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무자본 갭투자(세입자가 낸 전세 보증금으로 주택 매입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식)가 성행하며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선 특정 단지의 전체 세대를 소유한 집주인이 아무런 통보 없이 세금을 체납하고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않아 대다수 물건이 경매로 넘어간 사례도 발생했다. 특히 숭의동에 소재한 행복캐슬1차아파트(장천로)는 전체 세대가 경매로 넘겨졌다.

인근의 세움아파트와 한아름아파트, 행복캐슬아파트(참외전로)도 경매로 넘겨진 세대 수가 전체 세대 수의 각각 97%, 90%, 89%나 된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대책위에 따르면 확정되지 않은 피해액(대책위에 미가입된 세대 중 경매로 넘겨진 세대수에 미추홀구의 평균 전세 보증금 피해액에 가까운 금액인 7000만원을 곱한 값)은 1000억원을 훨씬 상회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달 8일까지 집계한 경매 예상 세대 수가 2020세대였는데 20여 일 만에 다시 조사했을 땐 경매 세대 수가 2106세대로 늘어났다"며 "앞으로도 경매가 계속 발생될 것으로 보여 예상 피해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