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포드의 최근 F-150 라이트닝 생산 중단과 튀르키예 법인 설립 무산 등 두 가지 이상의 악재를 겪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포드와 미국 내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은 후 약 1년 9개월만에 해당 사례들이 나온 것이다. SK온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악재가 계속되자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악재들이  포드와 SK온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포드는 지난 4일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 내 F-150 라이트닝 전기트럭 생산을 중단했다. 생산이 완료된 F-150 전기트럭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포드는 이 사고에 대해 내부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블룸버그, 클린테크니카 등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이번 화재 사고의 원인을 배터리로 봤다. 고객 인도 전 사전 품질 검사에서 배터리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이 포드 측 설명이다. 포드는 이미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한 상태에서 이르면 다음주 내에 사고 조사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SK서린빌딩, 포드 본사 (사진=조재환 기자, 포드 홈페이지)
SK서린빌딩, 포드 본사 (사진=조재환 기자, 포드 홈페이지)

포드 F-150 라이트닝은 SK온의 ‘NCM(니켈·코발트·망간) 9’ 배터리가 처음 들어가는 전기차다. NCM 9 배터리는 니켈 함유량이 90% 이상이며, 에너지 밀도가 높아 차량의 효율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포드 F-150 라이트닝은 대형 전기 픽업트럭 모델이기 때문에 고밀도 에너지를 자랑하는 NCM 9 배터리가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드는 다음주 조사 종료 후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한 번 배터리로 지목할 가능성이 있지만, 화재 책임을 SK온으로 두지는 않을 전망이다. SK온은 F-150 라이트닝에 들어간 배터리 모듈을 만들어 포드 디어본 공장에 보내고, 포드는 디어본 공장 내에서 F-150 팩 패키징 역할을 맡는 등 역할이 서로 분리가 됐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미 SK온의 NCM 기반 배터리에 대한 우수성을 수차례 강조했기 때문에 손쉽게 SK온 기술을 비난할 상황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 (사진=포드)
포드 F-150 라이트닝 (사진=포드)

업계에 따르면 포드와 SK온은 향후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 측은 이번 화재 사건을 다음 차량 생산을 위한 교훈으로 삼겠다는 뜻을 전했다. SK온은 이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 만큼 추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튀르키예 합작 법인 공장 설립 무산 소식도 SK온과 포드 간 관계 악화의 원인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온은 지난해 3월 포드와 튀르키예 현지 제조기업 코치그룹과 튀르키예 앙카라에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이 협약은 이달 초 코치그룹의 계약 종료 공지로 무산됐다. 

일부 내외신 매체에서는 코치 그룹이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와 손을 잡고 배터리 합작공장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 등은 어떠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 법인 무산에 이어 중국 CATL과 LFP(리튬인산철) 협력 이슈가 포드와 SK온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포드는 13일 자료 배포를 통해 꾸준히 SK온과의 신뢰관계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켄터키서 ‘블루오벌SK’ 합작법인 공장이 착공된 것이 양사간 협력관계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증거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