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출처=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출처=연합뉴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특위) 민간자문위는 지난주 8·9차 회의에서 퇴직연금 중도인출과 일시금 수령을 금지하는 새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군인연금의 보험료율을 올리고 지급률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군인·사학·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특위는 해당 내용을 포함한 개혁안을 이달 말 제출한다. 국회 제출 후에는 제시안에 따른 시뮬레이션 후 국민여론조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연금 개혁안을 확정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이번 결과는 특위가 ‘퇴직연금 수령 제도 변경’을 통해 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의미가 크다. 앞서 논의하던 국민연금 인상·소득대체율 조정 대비 타격을 줄인 방안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기준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인원은 약 5만5000여 명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1조 9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중도인출한 연금은 주로 주택마련과 부채상환에 들어갔다. 정부가 중도인출·일시금 수령을 막게되면 중간 유출 없이 안정적 재정 확보가 가능해진다.

꾸준히 지적됐던 직역연금도 개편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제도를 모두 손질한다. 노후소득 보장 형평성, 연금 재정 유지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민·직역연금의 보험료·지급률을 맞춰 통합 운영할 것을 한국에 권고한 바 있다.

개편의 첫 단추는 ‘군인연금’으로 예상된다. 1973년 기금이 고갈된 군인연금은 현재 국고로 지급 금액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적자는 약 1조 7000억원으로, 현행 유지 시 2050년 중 4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연금특위는 군인연금의 보험료율을 14%에서 18%(국가·개인 절반씩 부담)로 높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지급률(납부기간 소득 대비 수혜 금액)은 1.9%에서 1.7%로 낮추는 것으로 논의했다.

같은 상황인 공무원연금도 조만간 비슷한 맥락의 개혁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지난 2002년 기금이 고갈된 이후 국고로 지급액을 채우고 있다. 특위는 3개 직역연금의 보험료·지급률을 똑같이 조정하고 통합한 뒤, 국민연금과 합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직역연금 통합 시 국민연금과의 보험료율 간격도 줄어들 수 있다. 앞서 특위는 9% 대의 현행 국민연금 부과율을 최대 15%까지 올리는 안을 논의했다. 4대 공적연금을 모두 통합할 경우 재정 확보가 더욱 수월해 국민연금 인상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사학연금 가입자들과의 사회적 갈등 가능성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타 직역연금 대비 재정이 여유로운 사학연금은 최근 2049년 중 고갈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비교적 재정 상황이 나은 사학연금이 타 연금의 적자를 메우게 되면 당사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익명의 교사 A씨는 "사실상 다른 직군의 연금 적자를 우리들이 메워준다는 생각을 하면, 누구라도 쉽게 반기지 않을 이야기"라며 "이미 젊은 교사들은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불신과 회의적 시각이 커 보험료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딱히 관심을 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개악저지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연금개혁 반대 시위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공무원연금개악저지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연금개혁 반대 시위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 “4대 공적연금 취지는 ‘사회적 보장’… 취지 잊지 말아야”

전문가는 각종 연금의 재정 상황상 통합과 각 수혜 당사자 간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앞으로의 연금 운영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시스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각종 제도 정비로 기금유실을 막아 현 납부자에게 안정적인 재정을 증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다수 공적연금 재정상황상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로 고쳐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보험료 인상과 함께 중도인출 금지 등을 시행할 경우 현 납부자인 젊은 세대의 수혜 가능성을 보호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3대 직역연금 통합 과정에서는 비교적 재정상황이 나은 사학연금 이해 당사자와의 마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다만 국민연금과 공적연금 모두가 사회 전반을 위한 보장성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적자와 고갈을 막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