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충전 업계가 하나둘씩 V2G(Vehicle-to-grid, 전기차의 남은 전력을 건물에 공급하거나 판매하는 기술) 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 정전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V2G에서 오는 전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장점 때문이다. 

현재 V2G나 관련 산업에 눈길을 두는 업체들은 SK렌터카, 플러그링크, 스타코프 등 세 곳이다. 

SK렌터카는 지난해 12월 16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전기차 복합 문화공간인 ‘에코라운지’를 열고, 이곳에 V2G 기술이 가능한 7㎾ 출력의 완속충전기 2기를 마련했다. 

국내 전기차 충전 플랫폼 업체 플러그링크는 지난달 31일 도시가스연합체인 가스얼라이언스가 설립한 에너지 신사업 플랫폼 기업 ‘인업스‘에 지분 투자했다. 

인업스는 최근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수요자원거래, 신재생에너지 모니터링 등 에너지 플랫폼 제공을 위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SK렌터카 에코라운지 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 . 이곳엔 V2G 기술이 들어간 완속충전기가 있다. (사진=SK렌터카)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SK렌터카 에코라운지 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 . 이곳엔 V2G 기술이 들어간 완속충전기가 있다. (사진=SK렌터카)

플러그링크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넘어 인업스와의 협업을 통해 충전 서비스를 활용한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및 다각화된 스마트 전력수요관리 사업 등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충전 서비스모델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발간한 ‘미래의 전기차와 충전소, V2G에서 가상발전소로의 통합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VPP는 V2G와 일반 전력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V2G를 적용한 충전소 사업자가 VPP와 연계할 경우 차량 충전 서비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서 과금형 콘센트 ‘차지콘’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코프도 V2G와 V2H(Vehicle-to-home) 관련 산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코프는 높은 방수 능력과 7만회 이상의 자체 인입 테스트를 거친 전기차 충전 케이블을 활용해 충전의 프리미엄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솔루션 업체들의 V2G 사업 진출이 활성화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바로 완속충전기 확보다. 업계 전문가는 “한 장소당 수백기의 완속충전기가 마련이 돼야 비상상황에서도 충분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SK렌터카는 앞으로 V2G 기능이 지원되는 완속충전기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 부처 3곳은, 2일 확정된 2023년 전기차 보조금 안을 통해 혁신기술보조금(20만원)을 신설했다. 

정부는 올해 혁신기술보조금의 경우, 외부 전자 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to-load)'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에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기아 EV6 등이 혁신기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혁신기술보조금 지급 규모를 키울 경우, V2L보다 확대된 개념인 V2G 사업 우위를 점하기 위한 충전 솔루션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